문학의 산책 6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이 글은 naver 블로그명이 ‘마태복음 영어로 100번 읽자’인 river 님이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라는 좋은 시를 블로그에 써놓은 것을 캡쳐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김준엽 시인이 쓴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라는 시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어느 누군가에 의해 제목이 바뀌고, 내용도 일부만 다르게 하여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그 저자가 민족 시인 윤동주, 정용철 등의 시로 탈바꿈하여 세상에 떠돌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시(詩)는, 중증 지체 장애인인 김준엽 시인이 손 아닌 입으로 펜을 물어 쓴 글임이 밝혀졌다. 1995년 한 출판사가 시집을 출판하다 문 닫은 후 돌려받지 못해 발생한 작품이 떠돌아다닌 결과라고 한다. 이 무명의 시인은 중증 뇌성마비 환자로 손가락 ..

문학의 산책 2024.12.21

영화 '범죄도시 4'를 인덕원에서 보다

어제는 마동석 배우가 주연하는 '범죄도시 4'라는 영화를 마누라 하고 같이 인덕원시네마에 가서 보고 와서 그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24일 개봉한 영화로서 한마디로 재미있게는 보긴 봤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어서 누구에게 '범죄도시 4'를 봤다고 얘기하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그래서 대충 그 내용을 더듬어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영화 '범죄도시 4'는 마동석 배우가 그와 같은 소속의 대원들과 같이 배달 앱을 이용한 마약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수배 중인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후 대규모 불법 도박 조직과 연관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내고,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납치, 감금, 폭행, 살인 등의 불법적인 폭력으로 대한민국의 온라인 불법도박시..

문학의 산책 2024.04.25

영화 '파묘'를 마누라와 같이 보다

수일 전 영화 파묘(破墓)가 개봉 4일 만에 관객 2백만을 돌파했다고 하여 마누라와 함께 인덕원 역옆에 있는 롯데시네마에 가서 파묘를 관람하였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사람이 죽으면 요새처럼 화장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고 매장을 했었는데 매장을 하기 전에 지관을 불러 산세·지세·수세를 보고 나침판을 놓고 방향을 맞춰서 묘를 썼다. 묘를 써놓고도 집안에 우환이 있다거나 비명횡사하는 일이 있다고 하면 이 영화에서처럼 파묘를 하여 이장을 하였다. 여기 '파묘' 영화에서는 친일파 후손이 미국에 이민 가서 잘 살고 있는데 자손이 괜히 아프게 되고 다 죽어 가는 것을 보고 조상 산소가 잘못 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무당 말을 듣고 풍수사(지관)를 불러 그런 가능성을 재확인한 후 거액을 주고 파묘를 결정한다..

문학의 산책 2024.03.04

가을과 같이 떠나갈 사람

9월이 되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졌다 지긋지긋하던 그 무덥던 여름이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살 것 같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린다   10월이 되니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졌다 푸릇푸릇하던 나뭇잎새가 하나 둘 색깔이 변해간다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데 단풍구경 가자고 불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11월이 되니 불어오는 바람이 쌀쌀해졌다 울긋불긋하던 단풍이 낙엽 되어 길바닥을 덮는다 광화문의 100만 함성소리가 아직도 머뭇대는 푸른 기와집을 흔들었다   생을 다한 나뭇잎이 내년 봄 새잎을 위한 토양이 되듯이 더는 미적대지 말라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가을과 같이 떠난다면 그래도 덜 쓸쓸하고, 덜 불행하지 않을까 가을이 오는 소리는 들릴락 말락 하더니 가을이 가는 소리는 낙엽 밟는 소리처럼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가

문학의 산책 2016.11.14

같이 걸을 수 없는 길

신 성 호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혼자가 되는 걸까?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살다 같이 가는 것이 이상적인 바램이지만 그것만은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둘이 살다가도 종당에는 어느 한쪽이 먼저 가면 혼자가 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둘이 사는데 잘 길들여져 있고, 익숙해져 있어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많이 서툴고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혼자 사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것은 할머니들보다는 할아버지들이 더 절실할지 모른다. 할머니들은 마을어귀쉼터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얘기하고, 웃기도 하며, 밝게 지내는데 반해 할아버지들은 외톨이가 되어 늘 구석진 곳에 외롭게 있..

문학의 산책 2012.09.10

모처럼만에 영화를 보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 같다. 점심을 먹고 뒷동산에 갔더니 올라가는 길옆으로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있다. 산에서 피는 봄꽃으로는 올해 가장 먼저 본 꽃이 산수유다. 물론 제주에 갔을 때 많은 봄꽃과 나비도 봤지만, 올 해 산에서 피는 건 처음 본다. 지난겨울 유난히도 추워서 봄이 올 것 같지 않더니 언제 봄이 왔는지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을 피우고 있다. 내일 모레가 4월이고 보면 예년 같으면 산수유는 물론이고 개나리, 진달래 등 봄에 일찍 피는 꽃들은 다 피었을 시기이다. 늦추위가 있었고,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가 장기간 지속된 탓으로 꽃 소식이 늦어진 것이다. 여자도 아닌  남자가 봄꽃 하나 핀 것 같고 무슨 호들갑을 떤다고 하면 크게 할말은 없어도 여러 봄꽃이 여기저기 많이 피었을 때보다 오늘처럼 다..

문학의 산책 201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