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디까지 갈 셈인가?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7. 14. 23:54

 

 

   오시장이 시장되기 전에 변호사를 할 때도 그를 알지 못했고, 2000년 봄 그가 강남 을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 되었을 때도 그를 주목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시장이 초선국회의원으로 거대 한나라당에서 기라성 같은 정치 선배들이 수두룩한 보수정당의 잘못된 정치관습을 타파한다고, 정치개혁을 주창하면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관철되지 않을 때는 다음(17대)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이것만 봐도 그 당시로는 정치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실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말 17대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고 홀연히 한국을 떠나서 유학길에 올랐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여느 정치인하고는 달라 보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강남에서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인데 젊은 나이에 기득권을 포기하다니 참으로 멋졌다.

 

   그 후 2년이 안되어 오시장은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짧은 정치이력이기는 하지만 그 때 참신한 이미지는 오래도록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상대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리고는 그를 대권을 넘볼 수 있는 큰 정치인으로 성장시켰다.

 

   세월이 흘렀다. 현실 정치에 너무 안주를 했었는지 오시장은 지난해에 치룬 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에게 혼쭐이 났었지만 가까스로 승리해 재선 시장이 되었다. 당선 첫마디가 “반성을 많이 했다.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 오시장의 행보에서 그런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시의회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그것도 모자랐던지 반목질시를 하고 있고, 감사원에서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일환으로 양화대교에 가설교량 설치하는 업체가 무허가 업체라서 시정을 권고했는데도 아직까지 개선기미가 없다. 그것뿐인가. 시공업체에 특혜를 주어 수백억원의 시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묵묵부답이다. 그런데다가 서울시를 홍보하는데 150여명의 인원이 투입되고, 수백원의 돈을 썼다. 이 돈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될 돈이다. 그러면 바로 이것이 오시장이 말하는 '포퓰리즘'이 아닐까.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한다면 오시장은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며 강한 반대를 하다가 요즘에는 ‘무상급식반대’에 올인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서울시민을 볼모로 주민투표를 할 것 같은 태세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당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55:45 아니면 60:40으로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오시장을 저렇게 변하게 했을까? 지난 7대 서울시의원 102석중에서 한나라당에서 86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인지 오시장은 너무 쉽게 안일하게 시정을 운영하다가 8대 들어와 이것이 역전되다 보니 시정을 이끄는데 시의회가 다소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오시장의 언동은 시민들한테는 곱게 느끼지 않았다. 의회와 협상다운 협상은 제대로 한번 해보지도 않은 채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불쑥 나타나서 ‘무상급식반대’를 갖고 주민투표를 붙인다고 한다. 주민투표를 하게 되면 돈 안 들어가고 할 수 있는가. 돈 들어가고 시간 낭비하고, 또 승패와 상관없이 많은 서울 시민이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왜 그걸 모르시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진실한 대화를 나눠보고, 그래도 잘 안 되면 대의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대의정치가 그래서 있는 것이 아닌가. 시민을 상대로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 말고, 얼마 전 우리에게 보여줬던 멋진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면 그 때처럼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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