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하여 300여 명이 죽거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대형사고가 발생한 후, 한 달여 만인 5월 19일 박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결연한 의지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때만해도 그 눈물이 커다란 슬픔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우리 국민과, 부모형제와 자식을 졸지에 잃고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으로 자신의 몸조차 추스를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을 같이하고, 어루만지기 위한 진정한 눈물이라고 믿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한 발짝도 진전된 게 없다. 그 당시 떠들썩하게 부르짖던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제정, 관피아척결, 해양경찰청해체 등 잘못된 제도는 바꾸고, 미흡하다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고 개선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이렇게 지금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 조금도 진전을 못하는 것이 과연 누구 탓일까? 나는 내 탓, 네 탓을 따지기 앞서 먼저 우리 모두가 개개인 자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대통령의 눈물담화가 있은 후, 우리가 너무 쉽게 ‘세월호참사’에 대해서 잊었거나 관심권에서 벗어났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검경이나 정치권에서 문제해결의 의지가 철저한 진상규명보다는 핵심적인 수사에서 벗어나 언저리 수사나 남의 일 같이 엉성하게 하면서 세월만 가도록 기다렸다는 인식이 국민들 눈에 보이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참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하찮은 정보부터 고급정보에 이르기까지 교환하고 협조하면서 완벽한 공조수사를 했어야 하는데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따로 수사를 하다 보니 삐걱거리고 쩔룩발이 수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검경조직 간에 알력은 전부터 있었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랐는데 또 엇박자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세월호참사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너무 ‘유병언일가’체포에만 집착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도 너무 많은 인력을 동원했고, 또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 그런데도 얻은 것은 ‘유병언사망’으로 아무 것도 없다. 늘 여당 편에 있던 어느 종편방송의 앵커가 한 얘기가 생각이 난다. “ 검찰에서 인천지검장만 그만 둘게 아니라 검찰총장과 법무장관도 그만 두어야 하고, 또 경찰에서는 순천경찰서장과 전남경찰청장뿐만 아니라 경찰청장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가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검경이 이러는 사이 국회는 뭘 했나?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기 위해서 몇 번의 임시국회를 열었으나 맨날 허송세월만 보냈다. 어떻게든지 여야 간에 원만한 타협이 있기를 국민들은 바랐지만 그 마저도 허사였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설사 야당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일부 의원이긴 하지만 뭘 믿고 그러는지 중진 의원이고 특위위원장이라는 모의원은 특별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카톡으로 여러 지인들한테 보내는가 하면, 어떤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교통사고로 비교하기도 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딱한 일이 아닌가. 많은 국민이 이렇게 안타깝게 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한 국회의원이 여당에 있는 한 세월호침몰에 대한 진상규명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그렇다면 세월호참사 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던 박대통령은 여태껏 뭘 했는가? 검경이 수사한답시고 엇박자나 치고, 여야의원들은 국정조사 한다면서 정파의 이익이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며 뒤에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국정조사도 하고, 특검도 하라는 그 녀를 그렇게 변하게 한 것은 뭣이 그렇게 했단 말인가. 첫째는 박대통령의 눈물을 보고 세월호참사를 우리가 너무 쉽게 잊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너무 빨리 용서를 해줬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용서는 지난 6월 4일 지자체장선거에서 그를 다시 웃게 해줬다. 지난 해 취임 이후 NLL, 국정원대선개입사건, 국군사이버사령부대선개입, 경찰대선개입 등 국내정치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소용돌이 치고 있을 때 한 달이 멀다고 웃으며 많은 나라로 외유를 떠났다. 물론 그런 것들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정치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그런 시점에서 나갔다는 것이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느냐 하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도 국정원대선개입은 끝나지 않았었다. 21세기 이렇게 밝고 투명한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군대까지 동원해서 부정선거를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세계인들이 한국정치를 보고 뭐라고 얘기할지 참으로 창피할 뿐만 아니라 이런 당대에 그들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전정부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도 그 수혜의 한 가운데 있는 박대통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정원댓글사건은 세월호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이슈가 되다가 세월호 참사로 수면 아래로 잠수한 것은 세월호사건이 워낙 큰 사건이고 국민들 관심이 높은데다가 그 녀의 흘리는 눈물을 보고, 진실규명을 하는데 모든 지원을 다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그런데 요즘에 대통령의 모습에서는 지난 5월에 흘린 눈물에 담긴 진실한 모습을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동안 세월호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한다는 대통령의 마음이 국무총리내정자와 국무위원들이 잇달은 낙마로 인해 작심삼일이 되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박대통령도 사람이기에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립되어 있다고는 하나 강력한 대통령중심제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은 지난 해 취임한 이래 각종 정쟁에 휘말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세월호참사'에 관한한 이제 더는 세월만 가기를 기다려도 안 되고, 국회에서 여야가 다투면서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안 된다.좀 더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고 만약 종전과 마찬가지로 팔짱만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간 지금 보다 더 큰 어려움이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지난 5월에 박대통령이 직접 눈물을 흘려가며 했던 말씀을 하루 빨리 실천하시길 학수고대한다. 그랬을 때 국민 대다수가 그동안 박정부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한꺼번에 해소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유족의 슬픔을 다소나마 덜어주지 않겠는가 싶다. 모쪼록 지난 5월에 박대통령의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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