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옛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7. 8. 01:56

 

 

 

 

 

 

 

 

오늘도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하늘에서 마치 물동이로 물을 쏟아 붓는 듯 장시간을 쉬지도 않고 내렸다. 오늘 점심모임이 서울 우이동에서 있어서 버스로 가다가 다시 전철로 바꿔 탔다가 또 수유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어렵게 우이동으로 갔다. 그 때만해도 그렇게 많은 비는 오지 않고 우산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 그 정도로 내리던 비가 점심을 먹기 시작해서부터는 장대비로 바뀐 것이다.

 

12시 가까이 되어 시작한 점심 식사는 2시가 다 되어 끝나 가고 있었지만 상을 물리지도 않았는데 나이 드신 선배들이 오락 판을 벌렸다. 한 쪽에서는 오락을 하시고, 또 그 옆에서는 술 한 잔씩을 더하기도 하면서 왁자지껄했다. 그나마 빗소리 때문에 떠드는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는 퍼져 나가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오는데다가 평일이다 보니 그 큰 식당이 우리가 독채로 전세 낸 듯 우리 세상이었다.

 

전 직장 OB 멤버 모임인데 회원은 30여명 되지만 모임에는 20명 가까이 매번 나온다. 2개월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우이동 계곡을 찾은 것이다. 늘 도심 속에서 만나다가 이렇게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았다. 물론 나처럼 먼데 사는 사람은 오고가는데 발품 좀 팔아야 되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신 선배들도 많이 계시지만 다들 건강하셔서 보기가 참 좋다. 그렇지만 한 선배가 얘기하시길 환갑을 지나면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저 세상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단다. 아무리 이렇게 건강하다고는 하나 누가 먼저 가게 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이들이 다들 들긴 들었나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을수록 젊었을 때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을 주위에서 흔히 본다. 그것은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명에 대한 애착을 더 느낀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 말에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나와 같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나도 아직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생각이 변할지는 몰라도 정말 돈이 많아 어디다 돈을 써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그 많은 돈을 놔두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오늘 같이 식사를 한 OB 선후배 중에는 그런 고민에 빠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본다. 그저 주어진 삶을 아주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고 있어서 오늘처럼 만나도 형, 아우처럼 편안하게 소주잔을 나눌 수가 있다.

 

모쪼록 비가 오는데도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셔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날씨도 안 좋은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부산에서 일부러 올라오신 허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모든 선후배가 건강하시어 이 모임이 오래도록 탄탄하게 이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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