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 오는 날의 고마웠던 추억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6. 30. 11:44

 

 

 

 

 

요즘 며칠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온다. 지난주부터 내린 비는 주말에 태풍 메아리가 지나가면서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렸고, 오늘도 새벽부터 줄기차게 쏟아졌던 비는 점심때가 다 되어 잠시 주춤하는 것 같더니 오후 들어서는 많이 내리기도 하고, 또 적게 내리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끈덕지게 왔다.

 

이렇게 비가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길가를 다니면서 우산을 쓰고 다니는데 미쳐 우산을 준비를 못했는지 한 사람이 골판지 한 조각을 머리에 대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아주 오래전에 평촌 먹자골목에서 저녁을 먹고 막 나오니 비가 내려서 신문지 한 장을 머리에 대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안양 평촌의 먹자골목에서 나오면 길 건너편으로는 모든 건물들이 학원일 정도로 수많은 학원들이 몰려있다. 얼마 전 mbc뉴스에 이 학원과 앞거리들이 나오기도 했던 곳에서 비를 맞고 그렇게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을 귀가시켜 주려고 대기하고 있던 중형버스 기사가 선뜻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늘 저녁에는 여기 있고, 낮에 오면 저기 보이는 식당에 몇 호차 기사를 주라고 하고 가면 된다.”고 까지 하면서 내게 우산을 주었다. 신문지 조각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는 나에게는 많이 고마운 일이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넙죽 받을 수도 없어서 머뭇거렸더니 안 가져다 줘도 되니 쓰고 가시라고 한다. 우산을 마땅히 살 수도 없었던 시간이라 받아들고는 고마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또한 그분의 배려에 감동했다.

 

이렇게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도 있긴 있구나! 전혀 알지도 못하고, 무관한 사람한테 비가 온다고 차에 있는 우산을 선뜻 내주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 씀씀이가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걸 보면 참, 세상은 살 만하다. 그 때만 해도 내가 분당 살 때라 그 우산을 바로 못 갖다 주고 2-3일 뒤에 박카스 10병들이 한 박스를 사들고 찾아 가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우산을 돌려줬다.

 

오늘처럼 비가 내릴 때, 큰 것도 아니면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던 우산에 담긴 고마웠던 얘기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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