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이렇게 차들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회지에 때 아닌 멧돼지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혹간은 다치게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농촌에서는 콩밭이나 고구마 밭을 밟아대고 들이쑤셔서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이 말은 그만큼 멧돼지가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돼지는 다산의 대표적인 동물이다. 한 번 새끼를 나면 보통 10마리 이상인데다가 멧돼지를 견제할 천적이 없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멧돼지의 먹이가 부족하여 우리 인간이 사는 데까지 내려와서 기웃거리며 서성거리는 것도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멧돼지에 얽힌 얘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아주 오래 전에 고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해는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져서 집으로 올라가는 막차를 놓치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는데 멧돼지 세 마리가 길가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 마리는 아주 엄청 큰 어미 돼지이고, 나머지 두 마리는 그 어미 돼지의 새끼로 보이는 중간 크기의 멧돼지였다.”
처음에는 그걸 보고 등골이 오싹해지고 오금이 절여서 한 발짝도 뗄 수 없을 만큼 무서움에 떨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이리저리 살펴보고 돼지 몸을 만져보니 아직도 온기가 있는 걸 봐서는 숨 떨어진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한숨 돌린 후 이 돼지들을 옮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한 마리 같으면 지게를 가져와 지고 갈 수도 있지만 큰 어미돼지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소문이 나더라도 동네에 가서 리어카를 빌려 운반을 했다.”
그리고는 돼지를 잡아서 일부는 동네 사람들과 같이 나누어 먹었고, 나머지는 청주 장에 갖다가 팔았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멧돼지가 죽은 곳은 올라가는 길 쪽에서 보았을 때 오른 쪽은 산으로 이어지는 절벽이고, 왼쪽은 낭떨어지 저수지 물이었다. 버스가 전조등을 켜고 오니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그만 차에 치인 것이다. 그래서 버스기사가 그것을 확인하고 돼지들을 한 쪽으로 치워놓고 나중에 손님들 내려주고 내려오는 길에 싣고 가려고 했는데 와 보니 돼지가 없어졌으니 기사도 많이 황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면소재지에 있는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내가 돼지 세 마리를 차에 쳐서 죽었는데 잠깐사이에 그 돼지들이 없어졌다.’--- 며칠 뒤 조사가 나와서 벌금을 맞았다고 들었다. 과연 동네사람이 아니고, 기사가 돼지를 싣고 갔어도 파출소에 신고를 했었을까? 오래 전일이지만 지금까지도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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