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한참 전에 잡아 놓았던 운동예약이 오늘 비로 취소되었다. 그동안 내내 좋았던 날씨가 며칠 전부터 어제, 오늘에 걸쳐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것도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얘기지만 반신반의하며 오늘을 기다렸다.
운동을 할지 아니면 비로 인해 못 할지는 오늘 아침까지 연락을 준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10시가 다 되어도 연락이 없기에 비옷도 챙기고, 옷도 한두 가지를 더 챙겨서 보스턴백에 담아 놓고, 수중 전(戰)에 대비해 신발도 골프백에 하나 더 넣었다. 그런데 채 5분이 안되어 비로 인해 이번 운동은 취소하고 다음에 뵈어야 되겠다는 연락이 왔다. 보스턴백에 담겨진 옷가지를 도로 꺼내면서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 같이 운동을 하기로 한 친구들은 오래도록 함께 직장생활하면서 시간이 되면 가끔 라운드를 했던 동료들이다. 실력도 다들 그만그만해서 운동을 하는 내내 재미나게 경기를 한다. 몇 년 전 이렇게 오늘처럼 비가 올 때 충주를 1박2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토요일 첫날은 비가 올 듯 말 듯 하면서 잘 참아줘 18홀을 잘 돌았고, 그 이튿날은 27홀을 돌아야 하는데 두홀 나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서너 홀 나갈 때는 장대비가 쉬지 않고 내렸다. 내 생전 그렇게 많이 오는 비는 처음 보았다. 그린에 물이 절벅절벅하고 홀에는 빗물이 채 빠져나가지 못해서 찰랑찰랑했다. 비가 내릴 때 몇 번을 공을 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젊었을 때야 비가 많이 내려도 거기까지 가서 되돌아올 수가 없으니 우연만 하면 공을 쳤다. 이와는 반대로 한 겨울이고 추울 때 공을 치러 갔는데 날씨가 추운데다가 눈도 내려서 그린에 쌓인 눈을 미처 치우지 못해 홀로 공을 굴리면 거짓말 조금 보태 골프공이 야구공만 해지는 것도 봤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이가 먹어서인지 눈비 맞고 공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요즘에는 날씨가 워낙 더워서 별도로 하는 운동이 없다보니 실내연습장에 가서 내공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시간이 된다면 어쩌다 인도어에 가서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공을 보고 스스로 자기만족에 빠지곤 한다. 필드에 나가서 공을 친다는 것은 동반자 없이 혼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 비로 취소 된 라운드가 나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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