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곱지 않은 가을비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9. 29. 13:53

 

 

 

어젯밤 늦게까지도 내리지 않았던 가을비가 아침에 눈을 뜨니 소리 내어 내리고 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농작물엔 고마운 단비라고 할 지 몰라도 내겐 곱지 않은 가을비였다. 그 이유는 오늘 한참 만에 그리 멀지 않은 용인으로 공을 치러 가기로 약속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워낙 비가 자주 많이도 내려서 날짜를 잡아놓으면 비가 와서 못 가고, 또 잡아놓고 라운드 당일이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서 취소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두 달이 지나서야 부킹을 시도한지 세 번 만에 어렵게 그 친구들하고 같이 공을 칠 수가 있었다.

 

내가 필드를 나간다고 하면 마치 하늘이 훼방을 놓는 것 같다. 요즘에 날씨가 얼마나 좋았던가. 그 좋은 날씨 다 내버려두고 하필이면 오늘을 선택해서 며칠 전부터 마음만 잔뜩 부풀려놓고서는 따분하게 창 너머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도심의 가을비 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보게 한다. 오늘처럼 마음도 꿀꿀하고 이렇게 비 오는 날엔 빈대떡 하나 붙여놓고, 소주 한 잔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리 비가 내린다고 해도 오전부터 술타령을 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러던 참에 오늘 같이 공을 치러가기로 했던 일행이 공도 못 쳤으니 저녁에 만나 소주나 한 잔 하고서 스크린골프라도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사실 나는 스크린골프를 즐겨하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간 것을 다 합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머뭇거리다가 지난번에도 같이 하자는 것을 거절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스크린골프는 답답한데다가 퍼팅을 할 때 어질어질해서 가는 것 자체를 망설이게 한다.

 

오늘같이 가을비가 내리는 날, 시골에 있었다면 벼 베어놓은 봇도랑에 삽 하나 들고 가서 봇도랑 진흙을 푹푹 파서 올리면 통통한 미꾸라지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걸 주어다가 소금 뿌려 잘 씻은 후 고추장, 쪽파, 마늘 등 갖은 양념 다 해서 물을 적게 넣고 끓여 조린 안주에 잘 빗은 농주 한 잔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친구와 같이 술잔을 나눈다면 모든 시름을 잊지 않겠는가.

 

아직 보스톤백에 담겨진 옷가지를 풀어놓지도 않고, 이렇게 오늘 내린 가을비 때문에 공치러 가지 못한 얘기를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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