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칼국수 집 한 곳을 소개 한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6. 5. 00:34

 

나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음식을 먹어 봤다. 더구나 20여년 가까이 영업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를 했다. 거래처가 수도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전국을 다니면서 그래도 이름이 있다는 데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가 보았다. 같이 식사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비싼 곳도 가보고, 저렴한 데도 갔다.

 

그렇게 좋다는 식당에 가서 맛있다는 음식을 많이 먹어 봤지만, 정말 맛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식당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맛집을 추천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추천을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 다만, 아침이나 점심 한 끼 정도 먹는 데는 부담 없이 아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는 곳이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동대구역 앞 신천동에 있는 ‘쇠고기국밥집’이고, 한 곳은 청량리에 있는 ‘혜성칼국수집’이다. 대구에 있는 쇠고기국밥집을 내가 알게 된 것은 대구로 출장을 가서 거기 직원들의 소개로 알게 되어서 갈 때마다 아침은 그 집에서 해결했다. 어떻게 그런 맛을 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내 평생 그렇게 맛있는 국밥을 그 집 말고는 먹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얼마 전에 대구를 가서 들렀더니 그 집이 없어져서 얼마나 서운했던지 아쉬움이 컸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칼국수 얘기 좀 해야겠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유소년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다. 여름만 되면 여러 식구들이 식량을 늘려 먹으려고 저녁 식사는 으레 칼국수를 했다. 칼국수라고 해도 3분의 2가 물이다 보니 두어 젓가락 건지고 나면 칼국수는 찾기 힘들다. 이런 시절이 있어서 지금도 칼국수를 먹을 때는 그 때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게 한다.

 

7-8년 전 일이다.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더니 좀 멀어서 차를 갖고 가야한다고 한다. 어디냐고 했더니 청량리에 가서 칼국수를 먹는다고 했다. 이 근방이 맨 칼국수집인데 무슨 칼국수를 그렇게 멀리 가서 먹느냐고 되물으니 가보시면 알 것이라고 해서 따라 나섰다. 청량리세무서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칼국수집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 번호표를 받고 보니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칼국수가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 줄까지 서고 번호표까지 받아야 하나. 참으로 딱한 사람들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서 우리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비좁아서 테이블 너 댓개 정도 놓을 수 있는 공간이고, 안쪽으로 쪽방이 두 개가 있는 데 들어가고 나가는 것도 사람이 있으면 쉽지 않았다.

 

혜성칼국수집’은 이곳에서만 40년을 했다고 한다. 오직 칼국수 한 가지 메뉴로 말이다. 대단한 집 아닌가? 칼국수는 멸치국물 칼국수와 닭국물 칼국수 두 종류가 있었다. 반찬은 김치 딱 하나다. 우리는 멸치국물 칼국수로 시켰는데 금방 나왔다. 양푼에 뻑뻑하게 담겨진 칼국수 국물을 먼저 숟갈로 떠먹어 보니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더 떠먹어봤다. 아니, 무슨 칼국수가 이렇게 맛이 있단 말인가. 바지락도 안 들어가고, 양념도 들어간 게 없는데 기가 막혔다. 내 생전에 이렇게 맛이 있는 칼국수는 처음이다. 나는 원래 칼국수는 그리 즐겨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가 먹자고 하면 거절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칼국수 맛이 밀가루 냄새도 나고 텁텁하기도 한데 이 집 것은 맛도 있으면서 깔끔한 것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입에는 잘 맞았다. 더구나 정량 한 그릇을 먹고 더 먹는 것은 돈을 더 안 낸다. 우리 일행은 두 그릇을 더 시켜 6명이 나누어 먹었다. 그 후로 혜성칼국수집을 많이 다녔다. 어느 때는 주인아주머니가 인심이 후덕하시어 차 갖고 왔다고 하면 음식 값에서 주차비도 빼주시기도 했다.

 

얼마 전에 친구와 춘천을 갔다 오면서 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 사줄 테니 가자고 해서 들렀었고, 내 마누라도 데리고 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아직도 맛은 여전했다.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그릇에 6,000원을 받는데 맛있게 잘 먹고 나서 고맙다고 하지 절대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청량리 로타리에서 시조사 쪽으로 가다보면 미주아파트 지나서 입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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