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안양 비산동 개성집에 가서 저녁을 먹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7. 7. 6. 23:28



    우리 집 천연기념물 19호 '문주란' 내집에서 40년된 식물이고, 그 옆으로는 10년, 또 3-8년 문주란도 많이 있으니 구경하시소↓


2-3일 전에 충분한 비가 내렸다. 불과 3,4일 전 충남 대천 앞 바다에 있는 원산도를 갈 때만 해도 비가 안 오고 가뭄이 극심해서 놀러가는 것이 괜히 미안하고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이 먹어 어디를 간다고 하면 날씨를 가장 먼저 챙겨보는데 주말에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긴 해도 이처럼 해갈이될 정도로 많은 비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원산도를 29일,30일에 갔다 오고 나서 그 이튿날부터 비가 충분히 내려서 그래도 온 나라가 가뭄에 시달리고 걱정하는데 놀러갔다온 것이 덜 미안해지고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은 저녁 6시 반에 과천 친구들하고 만나서 안양 비산동 공설운동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개성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서 2차로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 가서 1시간을 놀고 집에 와도 10시를 조금 넘었다. 만약에 서울에서 2차를 간다면 거의 자정이 가까워야 집엘 올 수가 있다.


 '개성집'은 오늘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원래는 보신탕을 먹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한 친구가 좀 탐탁하게 생각치 않는 것을 나중에 얘기해서 여기를 오게 되었다. 보신탕 예약한 것을 취소하고 어느 식당에 가서 뭣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는데 옆에 있던 마누라가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태요리를 전문으로 하면서 갈비도 넣은 메뉴도 있고, 문어나 해산물을 넣어 만든 요리도 있으니 특색있는 '개성집'을 가 보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이 집을 왔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명태에 갈비를 섞어 만든 요리를 시켜서 먹었다. 명태의 속살에 갈비의 육(肉)맛이 스며들어 한첨 두첨 떼어 먹을 때마다 먹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음식을 보고 먹음직스럽다는 말을 한다. 양도 푸짐해서 입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해줬다. 


오늘 만났던 이 친구들은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여 2차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다들 나이 먹어서 현직을 떠나다 보니 누가 불러주면 고마워서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불러주고, 찾아주는 친구도 없다고 한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그런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나이 들어 세월이 가면 오래도록 같이 근무했던 동료도, 늘 가까이 있던 친구도 떠나게 된다. 그건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야할 자연현상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신을 놓지 말고 바짝 차려야 그나마 천수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목민심서’에 이런 말이 있다. “나이 먹어서는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되고, 눈으로 보고도 못 본 척 해야 할 때가 있다." 이 말은 세상사에 너무 관심을 갖지 말고 초연해야 한다는 말로서 정신 줄은 놓지 않되, 보고 듣는 것은 너그럽게 해서 만수무강에는 지장을 없게 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한 ‘개성집’은 나의 마누라가 내일 모임이 그 집에서 있어 6명이 함께 간다고 한다. 아니 이번뿐만 아니라 마누라는 가끔 가서 식사를 한 것 같은데 음식 맛이 없으면 한 번 갔다와서 다시는 가지 않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그래도 가끔 가서 식사를 했다는 것은 음식이 괜찮고 맛 또한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처음 갔는데도 일하시는 종업원이 다들 친절한 것도 보기가 좋았다. 모처럼의 근사한 만찬이었다.


오늘도 안양 비산동과 관양동을 오가면서 하루를 아주 잘 보냈다. 고마운 하루가 다 갔다. 내일도 건강한 하루를 시작해야 되지 않겠는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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