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충북 미원의 ‘곤드레밥집’을 소개한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8. 31. 17:48

 

며칠 전 충북대병원에 가서 큰형수님을 문병하고 점심때가 되어 밥을 먹으러 나오다가 충북 미원에 계신 큰형님이 어떻게 하고 계신가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려놓았다고 하신다. 벌써 형수님이 집을 비운지가 꽤 오래라서 형님이 밥을 손수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손에 익을 때도 되었다고 보지만 나이가 들게 되면 남자들 대부분이 냉장고 안에 있는 반찬을 일일이 꺼내어 밥을 먹는다는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체로 형님처럼 라면을 끓이든, 밥을 물에 말아 먹든 손쉽고 간단한 요리방법을 찾아 대충 한 끼를 때우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미원으로 출발했다.

 

미원을 얼추 다 가기 전부터 좌우로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오리나 닭백숙 집이 가장 많았고,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분식집은 자주 보였다. 할 수 없이 종암에 가서 형님을 차에 태우고 초정으로 가기로 했다. 초정은 초정약수가 있어 청주나 증평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래도 마음에 맞는 메뉴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막연히 들어서 초정으로 가다 보니 이티재에 이티성영토라는 식당이 나왔다.

 

이 식당은 전에 주유소 하던 자리였는데 지금은 주유소는 폐업을 하고 식당만 하다 보니 주차장도 널찍하고 초정 쪽을 내려다보면 경치도 좋다. 여기에 약수가 있어 우리가 명절을 쇠러 오며가며 가끔 들러 약수를 떠가기도 했고, 청주 사람들도 물맛이 좋다고 하여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이 샘물을 떠가기도 했던 데라 오랜만에 왔어도 생소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능선을 타고 20여분 올라가면 구녀산(484m) 정상에 올라가서 삼국시대에 아홉 딸들이 쌓았다는 구녀성도 둘러볼 수가 있다.

 

그러면 식당 얘기를 해보자. 언젠가 휴일 날 대부도를 가서 점심때가 되어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가니 식당주차장에 차가 꽤 여러 대가 있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고 우리 둘 밖에 없어서 주인한테 물어보니 손님들이 주차장에 차가 없으면 들어오지 않아서 동네 있는 차들을 여기다 끌어다 놓았다고 하던 생각이 나서 슬쩍 주차한 차들을 살펴보니 여러 대가 보였어도 이 시골에서 차를 쉽게 끌어올 수도 없겠다 싶어 마음 놓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 너댓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을 뿐 조용했다. 아마도 물을 뜨러온 사람들이나 구녀산으로 등산을 간 사람들의 차량이 같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메뉴를 보니 곤드레(고려엉겅퀴)밥이 12,000원인데, 강원도 정선이나 도회지 어디를 가든 7-8,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곤드레밥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을 모시고 식당에 들어왔다가 되돌아 나갈 수도 없어서 일단 곤드레밥을 시켰다. 그런데 곤드레밥은 나오지 않고 여러 가지 반찬이 초벌로 죽 나오고, 그 반찬을 거의 다 먹을 때쯤 곤드레밥이 나오고 그에 걸맞는 반찬이 다시 나왔다. 하나, 둘씩 먹어보니 맛은 차치하고서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었고 정결한 것이 어디다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있었다. 나만 그런가 해서 같은 일행한테 살짝 물어보니 나의 생각과 같았다.

 

아니, 나의 고향 이런 산골에 이처럼 훌륭한 식당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큰형님 때문에 근래에 들어 근사한 식사를 했다. 여간해서는 식당칭찬을 하지 않는데 오늘은 나의 고향식당 얘기를 해봤다.

 

이티성영토식당은 미원에서 초정약수로 가다보면 이티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 편안한 신발을 신고 와서 이티성식당 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구녀산 정상을 다녀와서 곤드레밥을 먹는다면 걷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을 다 느낄 수가 있다.절대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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