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는 7월 들어서는 무더위와 장마로 이어져 매일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우리 형제와 자매들이 충북 수안보에 있는 송계계곡으로 놀러 간다고 하니까 무덥기는 했어도 사·나흘 비는 내리지 않고 잘 참아준 것 같다.
지난 금요일(12일)부터 시작한 수안보에서의 형제·자매 여름여행은 가장 멀리 사는 경남 김해에 사는 남자 막내아우와 부천 막내 여동생, 누님, 다섯째아우, 여섯째 아우, 필자 등 11명이 같이 하다가 월요일 출근을 위해 김해와 부천, 여섯째 동생들은 일요일 돌아가고 나머지 형제들은 하룻밤을 더 자고 월요일에 헤어졌다. 이리로 지난번 봄여행에 이어 여름여행을 또 오게 된 것은 밑에 동생이 지난해 수안보면 사문리로 이사 와서 이곳에서 살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남매들이 충주 수안보를 와서 여행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금요일 첫날은 가까이 사는 형제나 집에서 노는 백수는 일찍 내려왔고, 멀리서 살거나 직장을 다니는 남매는 좀 늦어져 일찍 내려온 형제끼리 앞냇가에 나가 어항을 놓아 물고기를 잡았다. 최근에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수량도 풍부하고 개울에 흐르는 물도 깨끗하여 물속의 동글동글한 자갈과 흰모래알이 다 보일 정도로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시끄럽게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들이 들어가고 나서 조금 전에 놓았던 어항을 꺼내자 꺼내는 어항마다 고기가 가득 들어가 있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한 사발 정도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와 오랜만에 냇가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저녁 식사 전에 소주 한 잔씩을 마시다 보니 김해 막내아우가 도착하여 아우가 가져온 오리주물럭을 굽고, 부천 매제가 준비한 연어회까지 나오다 보니 술자리가 길어졌다. 특히 막걸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만찬주로 각광을 받았던 '소백산막걸리'를 여러 병 비웠다. 요즘에 한동안 무더위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었는데, 오늘부터 날이 들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움직이면 무덥지만, 이렇게 저녁이 되니 바람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고, 한낮과는 달리 기온도 떨어져 선선하여 캐노피 밑에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날 얘기하며 노는 것도 꽤 괜찮았다.
수안보면 사문리의 언덕배기에 집이 있어서 집 주변이 빙둘러 산이고 빠꼼하게 하늘만 보이는 북쪽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뚜렷하게 보이고 그 옆으로 작은 곰자리 끝으로 북극성이 빛나고 있다. 도회지에서는 전깃불 때문에 별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는데 이렇게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 동생네 집에 와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별밤을 여러 형제와 자매들이 같이 보면서 좋은 밤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튿날 아침을 수안보에서 맞았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다 보니 땅바닥과 식물잎들이 비를 맞은 듯 축축하게 젖어있다. 시골이다 보니 어제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다들 일찍 기상을 했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는 충주로 이동하여 탄금대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중식을 하고 나서 송계계곡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충주에 있는 탄금대는 진작 왔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가본다. 오래전뿐만 아니라 지난가을에도 충주댐에서 흘러내려오는 남한강물이 탄금대 앞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모습을 임페리얼 CC에 와서 공치면서 보고는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와서 한 바퀴 돌아보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탄금대는 한 바퀴 도는데 보통 걸음으로는 4-50분 정도이고, 천천히 걷는다고 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눈여겨볼 곳은 충혼탑과 신립장군위령비, 탄금대, 대흥사 등이고
충혼탑은 들어가다 보면 초입에 나오고, 신립장군과 팔천고혼위령탑은 충혼탑에서 더 가야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접전을 벌이다 패하자 신립장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병사들도 전사하거나 장군의 뒤를 따라갔을 것으로 본다. 그 혼들을 달래기 위한 위령탑이 팔천고혼위령탑이다. 특히 탄금대는 여기가 탄금대이니까 신라 진흥왕(551년) 때 우륵선생이 가야금을 탄주(彈奏)하면서 음악을 연마한 곳이다. 우륵선생은 가야국에서 신라로 귀화해서 가야금을 만들고, 곡을 짓고, 제자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탄금대 정각에서 남한강 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다 보면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한참을 그곳에서 머물다가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좌측으로 대흥사가 나온다. 절은 크지 않지만 둘러보고 가지 않으면 꼭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주 조용한 절이다. 절을 들렀다가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길은 계단이 길게 이어져서 다리가 안 좋으신 분들은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요즘은 어디를 놀러다닌다고 해도 콘도나 펜션에서도 해 먹지 않고 적당한 식당을 찾아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들 나이가 70이 넘었던지, 아니면 70 가까이 되었던지 하는 나이라서 젊었을 때처럼 바리바리 싣고 가서 직접 해 먹는 것은 되도록이면 지양하고 있다. 먼저 번부터 좋은 식당을 한 곳 만나 음식값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정결하고 맛도 있는 식당, 게다가 한식과 양식뿐만 아니라 분식까지 나이 먹어서 입맛대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 식당이 '월악휴게소 식당'이다.
우리는 점심 식사를 각자 입맛대로 월악휴게소에서 먹고서는 송계계곡으로 출발하였다. 송계계곡은 월악휴게소에서 거리는 14.6km이며 차로 20분 남짓 걸린다. 가다 보니 골짜기마다 구석구석 차가 꽉 들어찼고, 송계계곡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서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버스 수십대가 여기저기 주차해 놓은 모습이 보여서 '여름은 여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피서를 해 본 것이 아이들 어렸을 때 해보고는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이다. 내려갈수록 계곡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 개천 오른쪽으로 우리가 방 두 칸을 얻어놓은 '하늘계곡펜션'이 나왔다. 우리는 바로 여장을 풀고 어항을 들고 냇가로 나갔다. 물에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물속에서 더위를 달래고 있었지만, 나와 매제는 물결이 잔잔한 곳을 찾아 어항을 놓는데 바빴다. 그리고는 시간이 꽤 흘러서 어항을 꺼내보니 어항에 물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또 다른 어항에도 주위에 고기는 보이는데도 들어가지 않아서 모두 허탕을 쳤다. 저쪽 산너머 계곡만 생각하고 물고를 많이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해남 해창막걸리 9도짜리를 마셨는데 진하면서도 맛도 좋았다. 동생이 이 막걸리를 사왔다는데 한 병에 12,400원을 줬다고 하길래 거짓말이라고 했더니 실제로 900㎖ 한 병을 택배비 3,000원 포함하면 15,400원을 줘야 막걸리 한 병을 마실 수 있다. 맛은 있어도 놀라운 막걸리 값이 아닐 수 없다. 저녁식사를 일찌감치 마치고는 모두 냇가로 나갔다. 요란한 물소리와 냇가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식혔다. 낮에 그 많던 사람들은 숙소로 들어갔는지 냇가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다. 반 바지를 입고 발을 담그고 있으려니 얼마 안 가 발이 시리다. 송계계곡에 와서 귀가 따갑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 오랜만에 계곡에 와서 젊었을 때를 생각하며 좋은 밤을 형제·자매와 같이 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돌무더기에 부딪히는 물소리와 호르라기 소리보다 더 큰 말매미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는 펜션 뒤쪽으로 나있는 산책길을 걸어봤다. 계곡은 좁은데 물소리는 아주 요란했다. 계곡 쪽 둑방에는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광대싸리'와 '시무나무'를 볼 수가 있었다. 시무나무는 느릅나무과로 느릅나무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시무나무는 느릅나무에 비해 잎이 작고 잎 가장자리에 이중거치가 없으나 느릅나무는 이중거치가 있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물이 흔하다. 요 며칠 전에 내린 장맛비로 골짜기, 계곡, 냇가, 강물 등 가는 곳마다 물이 넘친다.
아침 식사는 월악휴게소 식당으로 가야해서 짐을 챙겨 송계계곡을 출발하여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수안보 사문리로 나왔다. 늦은 조반을 먹고, 차도 마시고,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도 헤어지기가 싫었던지 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김해 아우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 이튿날 근무를 하는 여섯째도 올려 보내고 나서 우리는 다시 다섯째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2024년도 수안보에서의 여름 여행은 서서히 끝나 가고 있다.
우리 형제와 남매를 위해서 더운데 고생하신 제수씨께 고생하셨다는 말씀과 고마웠다는 말씀을 드리고, 아우한테도 아우가 수안보에 내려가 있어서 우리 남매들이 봄에는 봄여행, 여름에는 피서여행 등 분에 넘치는 대접과 호강을 누렸다는 얘기를 전하며 우리 형제·자매들 모두가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또 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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