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등친구들과 원산도를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4. 3. 18. 23:45

 

이번에는 충북 미원의 용곡초등학교 14회 친구들과 함께 충남 보령군 오천면에 있는 원산도를 갔다 온 얘기를 하려고 한다. 원산도는 충남에서 안면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며 대천 앞 바다에 있다. 면적은 약 10㎢에 인구는 천여 명이 농업, 어업, 숙박업, 식당 등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2021년 12월에 해저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만 해도 대천 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약 40분 정도 가든지, 아니면 안면도를 거쳐 2019년도에 개통된  다리로 빙 둘러가야 했다. 지금은 해저터널이 대천에서 원산도까지 약 7km(6,927m) 거리를 왕복 4차선으로 뚫어놔서 1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원산도로의 첫여행은 2006년도였다. 여기 오봉산해수욕장 바로 뒤에서 '원산도'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여행 오기 시작한 이래 어느 해는 두 번도 오고, 겨울을 빼놓고 계절에 상관없이 봄, 여름, 가을 철에 혼자도 와 보고,  마누라 하고도 같이 왔는가 하면 고등학교·중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우리 작은 아들 내외까지 들렀다가 갔다. 봄에는 와서 나물도 뜯고,여름에는 해수욕도 하고 낚시도 했다. 가을에는 해수욕장 뒤로 나있는 오봉산 둘레길을 걸으며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4박 5일 원산도에 머물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원산도를 이번에는 충북 미원의 용곡초등학교 14회 친구들과 함께  청주체육관 앞에서 만나 관광버스를 같이 타고 와서 원산도를 구경하고 있다.

 

재경지역에서 내려오는 친구들은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놀러가는 준비를 하다 보면 잠도 설쳤을 것이고, 또 청주에 사는 친구들도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다 보니 조반도 걸렀을 것이다. 물론 차내에서 요기는 했어도 빈속에 소주 한 잔씩 하다 보면 금방 취기가 올랐을 것으로 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원산도에 들어오자마자 미리 예약해 놓은 선촌항 입구에 있는 '대길회'식당으로 들어갔다. 40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자 그 커다란 식당이 꽉 차보였다. 밑반찬도 이것저것 많은 데다가 막 끓고 있는 해물탕이 먹음직스럽고 푸짐해 보인다. 앉아서 국물을 떠먹어보니 시원하면서도 맛도 있었다. 더구나 식당 사장님이 후덕하게 생기신 데다가 인심까지 넉넉하시어 맛있는 것들을 더 갖다 주셨다. 

 

이곳이 섬이고 선촌항구이다 보니 해산물 공급이 원활하고 회전이 빨라서 신선한 음식 재료로 만들어서 그런지 모든 음식이 맛이 있어서 다들 맛있게 먹는다. 거기에 이 식당의  안(內) 사장님이 넉넉한 인심도 풍족한 식사를 하는데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한 가지 더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와서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밥값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우리의 단체사진 찍어 주시는데 정신이 팔린 식당 사장님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원래 점심 먹고서의 계획은 경관과 분위기가 좋은 카폐에 가서 차를 마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여기 원산도까지 와서 고운 모래로 덮인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걸어보지 않고 그냥 간다는 것 자체가 나중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어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으로 가서 거기서 차 한 잔씩 얻어 마시고 '오봉산해수욕장'을 걷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집행부에 물어보니 그게 좋다고 하여 버스 행선지를 돌렸다.

 

오봉산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집 뒤에 있는 주차장으로 친구가 나와서 주차를 도와줬다. 펜션은 깨끗하게 새 단장을 해서 보기가 좋았다. 마당에는 간이텐트와 파라솔로 그늘막과 바람막이를 설치해 놓아서 벌써 여름철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들은 거기서 차도 마시고 또 친구로부터 원산도의 현황과 역사 얘기를 해설사로부터 듣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들었다. 물론 친구가 교직에 오래도록 있었고 여기서 살은 지도 수 십년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 않겠나 싶다.

 

 

원산도에는 해수욕장이 여러 곳이 있다. 즉 남동쪽으로는 오봉산해수욕장이 있고, 남서쪽으로 원산도해수욕장과 저두 및 사창해수욕장이 있는데 특히 오봉산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질과 완만한 경사도에 깨끗한 바닷물과 알맞은 수온으로 한 번 찾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두고두고 찾기도 한다. 더구나 술 한 잔 하고 저녁나절에 왕복 4km 되는 해수욕장을 걷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소나무숲에서 바다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은은한 솔향기가 코에 닿는다. 더 걸으면 바닷 쪽에서 육지 쪽으로 잔잔한 물결같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들릴 듯 말 듯 아이가 엄마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작게 들린다. 그래서 오봉산 해수욕장의 모래를 밟고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때로는 시인도 되고, 소설가도 되며, 작은 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는 가수도 된다. 이처럼 아름다운 원산도를 친구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곳을 올 수가 있었겠단 말인가. "종기 친구, 자네가 이 원산도에 살고 있어 자네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나의 초등친구까지 원산도 오봉산해수욕장에 와서 구경 잘하고 가네. 고맙네."

 

 

아름다운 섬과 내 친구가 있는 원산도를 멀리하고 오천항으로 이동했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도 지방도로 이동하다보니 시간이 4~50분 정도 걸린 듯하다. 더구나 오천항 입구에는 온통 차가 엉겨서 주차하는데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서해안까지 와서 회를 먹지 않고 갈 수가 없었던지, 광어회를 떠서 소주 한 잔씩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또 청주까지 가야 하니 버스에 올랐다. 청주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가야 되어 무료하게 가는 것보다 노래방을 차려 노래를 부르면서 오다 보니 지루하다는 느낌이 없이 어느새 청주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배는 고프지 않는데도 저녁때가 되어 끼니를 때우자고 하여 일부는 칼국수로 더러는 묵밥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렇게 용곡초등 14회 친구들과의 공식행사는모두 끝났다.

 

오늘 이 행사를 준비하신 배 회장과 신 총무께는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특히 배 회장께서는 탑승인원도 많았는데 '콩물' 수 십 박스를 싣고 와서 모든 친구들에게 나눠 주심에 고마울뿐만 아니라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두 분 덕분에 나의 초등친구들과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원산도 여행을 하였다. 이렇게 나이 들어 불러주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초등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커다란 행복이고, 아직도 두 다리로 걸어서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지 않겠는가 싶다. 이제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누가 불러주면 움직이지 못할 때는 몰라도 무조건 나가야 한다. 불러주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이 들면 그때는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기 전에 우리 더 자주 보자.

 

"내 친구들! 건강하게 잘 있다가 또 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