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DMZ, 마장호수 둘레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3. 5. 28. 15:10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에 서울역에서 파주로 가는 관광버스를 여유 있게 탈 수가 있었다. 타고 보니 영등포구청역에서 출발할 때 벌써 많은 사람이 타고 와서 거의 뒤편에 앉아 한참 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하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동백여행사를 이용하여 관광버스 투어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가곤 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약 3년이 넘게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않다가 오늘에야 다시 이용하게 되었다.

 

 

가이드가 젊은 남자였는데 말도 잘하고 파주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는 멘트가 있었다. 제일 첫 번째 행선지는 감악산 출렁다리였다. 감악산은 100대 명산 중의 하나여서 한창 산을 다닐 때 정상을 올라가서 개성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개성에 있는 송악산은 날씨가 괜찮은 날은 감악산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날씨가 흐려서 볼 수 없었다. 개성은 10여 년 전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으니 감악산이나 DMZ를 오면 남다른 감회가 있다.

 

 

 

첫 번째 여행지가 감악산 둘레길인데 1코스부터 6코스까지 20km가 넘는 둘레길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 반나절은 걸어야 한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전국 최장 150m의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시공됐으며 설마 천을 끼고 있는 데다가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감악산의 자랑거리인 운계폭포가 지근에 있다. 요즘은 경치가 괜찮은 곳은 지자체에서 야자 메트나 데크 길을 설치하고 출렁다리와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버스에서 내리니 금방 비가 올 것 같다. 조그만 가방에 우산과 생수 한 병씩을 챙겨서 걷기 시작했다.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다소 있는 길이라 요즘 같은 날씨에는 땀을 도저히 흘리지 않고는 올라갈 수가 없다. 보통 걸음으로 20분 가까이 걸어 올라가야 출렁다리와 만난다. 이 계곡과 저 계곡을 연결한 다리인데 여느 출렁다리보다 흔들림이 많았다. 다리 건너 저편으로 법륜사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쭉 따라 올라가면 까치봉이 나오고 감악산 675m의 정상이 나온다. 우리가 감악산을 올 때만 해도 출렁다리가 없었는데 이렇게 세월이 가서 감악산 주변이 여기저기 걷는 길도 많이 만들어 놓고 주위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12년이 지나 감악산 근처를 와서 출렁다리를 건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두 번째 행선지는 DMZ에 가서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북한지역 가까이 가 보는 투어다. 곤돌라를 타고 밑을 내려다보니 철조망 안인데도 벌써 벼를 다 심어 놓은 모습이 보인다. 물론 우리 측 농민들이 심었을 것이다. 비가 계속 내려서 곤돌라 창에 물방울이 붙어 시야를 가려도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강 건너에 도착했다. 7-8분 걸린 듯 보였다. 평화의 등대에서 철조망 저 너머로 펼쳐지는 북한 땅을 바라보다가 왜 우리가 같은 민족임에도 오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철조망을 쳐놓고 멀리서 바라보고만 살아야 하는가.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바람이 불면 우산은 쓰나 마나일 텐데 바람이 불지 않아 아래 바짓가랑이가 덜 젖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으러 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이동할 때는 더 많은 비가 내렸다. 파평면 율곡리에 있는 임꺽정 한우마을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식당은 크지 않지만 쇠고기 전문집답게 쇠고기가 여기저기 보였다. 이 집은 고기를 팔기도 하고 식당에서 음식으로 먹을 수도 있는데 불고기를 무한 리필하여 주기 때문에 양껏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를 무한 리필하는 데는 여러 군데를 가보았지만 쇠고기 무한리필집은 흔하지 않다. 파주에 와서 처음 접하지 않나 싶다. 고기도 연하고 맛도 좋다. 고기만 무한 리필이 아니고 반찬도 떨어지는 대로 갖다 주었다. 반찬으로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피조개가 있었고 간과 천엽이 나왔는데 간은 먹어 보니 아주 싱싱하여 고소한 맛이 더 했다. 필자는 막걸리를 몇 잔 하다 보니 그만 배가 불러 더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언제 여건이 된다면 친구들 내외와 전철을 타고 그 집에 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산역에 내려서 5명 이상이 모여 식당으로 전화하면 역으로 데리러 나온다고 한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 아닌가.

 

 

점심을 먹고도 비는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내린다. 옷이 축축해졌다. 다시 버스에 올라 4-50분을 이동하여 마장 호수에 도착하였다. 마장 호수는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에 있는 면적이 약 20(6만 평)에 달하는 저수지의 이 일대를 다 공원화하였다. 처음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2천 년에 축조했으나 파주시가 마장호수 일대를 호수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심형 테마파크로 재탄생하였다. 마장호수는 물빛 풍경이 아름답고 친환경 공원으로 주말에 가족 또는 연인과의 나들이로 그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걸을 수 있는 3.6km의 수변 데크 길이 걷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수면 가까이 나지막하게 놓은 220m의 출렁다리가 있어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호수 주변을 돌아보면 평소에 느끼지 못한 운치도 있고, 우리가 흔하게 보지 못한 식물도 꽤 눈에 띈다.

 

 

이렇게 동백여행사가 추천한 파주로의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비록 비는 내렸지만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여행을 못 하게 했다거나 비로 인해 일정이 단축된 것도 없으니 비 오는 날 파주를 가서 여행을 했다는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동백여행사 덕분에 파주에 가서 감악산 출렁다리도 걸어 건너보고, DMZ에 곤돌라를 타고 들어가도 보았으며 또한 마장호수에 가서 수변 데크길과 출렁다리도 걸어 봤다. 게다가 점심 식사로 쇠고기를 무한정으로 먹어도 되는 식당으로 안내하여 맛나고 푸짐한 식사까지 하였다. 얼마 되지 않은 여행비로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동백여행사의 가이드 분과 기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