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처남내외들과 하화도와 향일암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3. 5. 18. 02:58

 

1박 2일 일정으로 여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화도와 향일암을 처남 내외와 우리 부부 등 10명이 봄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하화도를 갔다 온 얘기를 해보자. 전남 여수에서 아래쪽으로 40분 가까이 내려가면 육지와 백야도를 잇는 다리를 놓은 섬이 있다. 백야도라는 섬이다. 그 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한 20분 가면 꽃섬이라고 부르는 "하화도(下花島)"가 있다.

 

여행은 해본 사람들이 하고 또 다시 간다. 지금 보다 많이 젊었을 때는 차를 끌고 국내 여기저기 다니다가 좀 더 나이를 먹으니 관광버스를 타고 당일, 무박 2일, 1박 2일, 2박 3일 등 국내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간간히 시간이 될 때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반달이 넘게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봄에 유럽 남서지역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비까지 다 완불해 놓았는데 갑자기 취소가 되면서 그 이후 3년이 넘도록 여행다운 여행을 못하고 기껏 가봐야 가끔 고향 갔다 오는 것이 그나마 가장 큰 나들이었다. 아, 작년 가을에 코로나가 다소 완화되어 처남내외들과 제천과 단양 쪽을 한 바퀴 돈 것이 최근에 한 유일한 여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면 하화도를 어떻게 갔는지 교통편을 얘기해 보면 지난 토요일 광명역에서 여수 가는 아침 7시 반 Ktx를 타고 여천역까지는 2시간 반이 걸린 것 같다. 서울 사는 처남내외와 우리 부부는 ktx를 타고 내려 갔고, 하남 사는 처남 내외는 승용차를 끌고 내려갔으며 울산과 경주 사는 처남내외들은 각자 승용차로 갖고 내려왔다. 이렇게 여천역에서 만난 처가 남매들은  남쪽으로 여러 섬들이 보이는 도로를 따라 본격적인 여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하화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하화리에 있는 섬이며 면적은 0.71㎢이고 해안선 길이는 6.4km이다. 진달래와 야생화들이 많이 있어 꽃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윗쪽에 있는 섬이 상화도이고 아래쪽에 있는 섬이 하화도이다. 지도에서 하화도를 보면 마치 여자들이 싣는 뾰족구두처럼 생겼다. 인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30여 세대에 8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식당이나 찻집 종사자 외에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고 주 농산물은 맥주보리와 고구마이고 해산물은 멸치, 장어, 문어 및 김양식도 이루어진다. 해안 대부분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군데군데 사잇길이 나있어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도 있고, 자기 체력에 맞게 사잇길로 짧게 걸을 수도 있다. 교통편은 여수 중앙동 여객선터미널과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정기 여객선이 운항된다.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하화도에 도착하여 배에서 수백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몇 안 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우리는 골목을 따라 5-6분 걸어 올라가니 '꽃섬민박식당'이 나왔는데 우리도 빨리 올라간 것 같은데 방과 밖에 눈에 보이는 사람만도 50여 명은 족히 돼 보였다. 우리도 사전에 예약을 해놓았는데도 방은 자리가 없고,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온 끝이라 썰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없이 바깥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밑반찬은 여느 식당하고 별 차이가 없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큼직한 생선 구운 것이 나오고 갑오징어에다 돌문어까지 푸짐한 밥상이었다. 그래서 놀러 온 기분도 내야 되겠지만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놓고는 그 여행이 성공적인 여행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은 여러 여행을 통하여 이미 충분히 알게 되었다. 좋은 안주를 보고 술 생각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반주로 꽤 여러 잔을 마시고 밥도 섬에 와서 먹어 보면 좀 부실한데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남자 사장님의 서글서글하고 넉넉한 마음씨가 식당을 나와서 섬을 떠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언덕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언덕배기에 이르자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섬 어디를 가나 하얗게 피어 있는 찔레꽃을 쉽게 볼 수 있다. 좀 더 산등성이로 올라가다 보면 섬에 가면 자주 눈에 띄는 해당화도 눈에 들어오고 육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까시꽃이 이곳 하화도에도 한창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중부지방에도 아까시꽃이 핀 지가 한참이 되었고, 우리 집 앞에도 아까시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며칠 전 피었다가 지금은 지고 있는 중인데 여기는 지금 막 피고 있는 것을 보면 여기가 계절이 좀 늦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좌측으로는 새순이 올라오면서 붉은 색깔이 나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우측으로는 관목인 돈나무가 자질구레한 작은 꽃이 좀 봐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좀 더 걸어 해안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저나무가 뭔나무인가? 하니 먼나무요."한다는 먼나무가 붉은 색깔의 열매가 보였다. 동남쪽으로 걷다 보면 지금은 청색의 열매를 매달고 있지만 가을이 되면 까만 열매로 익는 소태나무도 보이고 남해안이나 제주도에 가야 볼 수 있는 육지의 쥐똥나무와 비슷한 광나무도 눈에 띈다. 그리고 육지에서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지칭개도 보이고, 민들레, 뽀리뱅이, 붉나무, 칡덩굴도 있다.

 

하화도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았는데 두 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계절이 좀 육지보다 늦지 않나 싶다. 그래도 이 보다 좀 더 일찍 오면 수목과 초본들의 봄꽃이 많이 피어서 하화도가 꽃섬이라는 것을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한 눈으로 확인하여 주었을 텐데 조금 아쉽기는 해도 아름다운 섬인 것은 분명하다. 하화도에서 나올 때는 개도를 거쳐 나오는 배를 타서 시간이 들어갈 때 보다 두 배 이상 더 걸렸다. 그렇다고 해도 전라남도의 작은 섬인 하화도에 나이가 70이 넘어 와서 트랙킹을 했다는 것은 잊지 못할 여행이고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으로 본다.

 

여수로 나와서 여장을 풀 곳인 돌산읍에 있는 그리다리조트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남산동 바닷가에 있는 참장어 샤브샤브 집인 '하얀집'으로 갔다. 장어를 구어서는 먹어 봤지만 이처럼 끓는 물에 잠시 담갔다가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색다른 음식을 나이가 많은 형들한테도 먹어보라고 막내처남이 배려를 해서 안내를 한 것으로 본다. 덕분에 장어도 먹고, 석식을 하면서 반주도 한 잔 하니 힘도 나고 흥도 나는지 숙소로 와서 차들을 주차해 놓고 숙소 근처로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 가서 그동안의 코로나로 만나지 못한 형제간의 우애도 다졌고, 못다 한 얘기도 나눴다. 참, 이런 자리를 가져본지가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면 오랜만의 처남들과의 노래방 미팅이었다. 다들 가수처럼 노래도 잘 부른다. 필자야 구닥다리 노래만 부르는데 다들 요즘의 신식노래도 부르고 젊게 산다. 

 

숙소에 들어오니 마침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때인데 석양이 너무도 보기가 좋았다. 방과 거실이  널찍하고 샤워장은 양쪽에 있어서  쓰기가 좋았다. 남자들은 이쪽에서 여자들은 저쪽에서 씻고 자면 된다. 다들 씻고 나와서는 또 한 잔 했다. 여수에 와서 잘 보고, 잘 먹고, 잘 놀다가 첫날이 다 저물었다.

 

이튿날이다. 아침 식사를 향일암 들어가는 초입에 가서 간장게장으로 먹었는데 국이 된장 순두부 국이라서 어젯밤 마신 술의 숙취해소에는 아주 적합한 음식이었다. 이 집은 동동주를 뚝배기에 담아줘서 조그만 손잡이가 있는 바가지로 퍼서 양재기 술잔에 담아야 했다. 달작지근한 맛이 입에서 당긴다고 자꾸 마시면은 금세 취하게 된다. 

 

향일암은 아주 오래 전에 왔다 갔는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에 있다는 기억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 중턱에 있는 암자는 644년(선덕여왕 13)에 신라의 승려 원효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향일암에서 보는 일출 모습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벌써 올라가는 언덕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 일주문을 통과하여 올라가다 보면 계단 길도 걷고 돌고 도는 산길과 바위틈을 지나기도 한다. 조그만 암자였는데 1986년도 지었다는 대웅전이 나오고 좀 더 올라가면 1991년도 신축했다는 관음전이 나온다. 관음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멀리까지 시원스레이 펼쳐지는 풍광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대웅전에서 내려오다 보면 바다 방향으로 500년 묵은 팽나무가 있다. 팽나무도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처럼 오래 산다고 한다. 향일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갔던 길과는 달리 대웅전 옆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천천히 올라가서 향일암을 둘러보고 내려와도 채 두 시간이 안 걸렸다.

 

향일암을 빠져 나와 점심을 먹기 전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찻집에 가서 차 한 잔씩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차를 마시고 시내로 들어오다가 점심 식사를 먹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봉화산자연휴양림까지 들르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저수지도 있고 좀 더 걸어 들어가면 키가 큰 삼나무숲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수엑스포 역에서 ktx를 타니 광명역까지는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아 역 밖으로 나와도 오후 6시가 안 되었다. 이렇게 처남내외들과 여수 여행을 하면서 섬에도 가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 보고, 풍경이 좋은 찻집에도 들러 보고, 노래도 불러 보는 등 즐거운 여행이 되게끔 많은 것을 준비한 막내처남 내외가 고생이 많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더구나 여행 기간 동안 아무 탈 없이 여행을 마치게 된 것도 고마운 일이고, 다들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따로 드린다. 

 

"우리 건강하게 잘 있다가 가을에 또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