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머니 마음을 헤아리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5. 6. 14:06

 

 

 

 

 

 

 

 

 

 

 

어제는 부천 사는 막내 여동생 내외와 우리 내외와 같이 어머니 집을 찾았다. 나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어머니 집에 들러서 어머니 근황을 알고 있지만, 부천 사는 동생은 내외가 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자주 오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일 모레가 어버이날이지만 그 때는 시간이 여의치 못할 것 같다고 어제 간다고 해서 그저께 다녀왔는데도 경기도 시흥으로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늘 낮에는 혼자서 집에 계시다 보니 사람이 그립다고 하신다. 연세가 90이 넘으셨으니 걷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또 최근에는 귀도 잘 안 들리시는 데다가 기억력도 전만 못하다.

 

그런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 먹고 바람을 쏘여드리려고 휠체어에 태워서 아파트를 나왔다. 바깥을 나오니 바람은 싱그럽고, 오후라서 햇볕은 따사롭다. 어머니는 크게 말씀은 하시지 않아도 기분은 좋아 보이셨다.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서니 화단에 온통 봄꽃들이 울긋불긋 피어있다. 홍도화, 연산홍, 철쭉, 황매화, 라일락, 싸리나무꽃 등 수많은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향기를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실어 보낸다. 특히 라일락과 싸리꽃의 향기는 멀리 떨어져도 느낄 정도로 강하다. 거기를 천천히 돌아나와 정문을 지나 큰길로 모시고 나왔다.

 

큰길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길을 건널 때 조심해야 했다. 모시고 갈 때가 마땅치 않아 시장을 갈까 하다가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꽃 농장이 있길래 거기를 모시고 갔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꽃 구경하면서 우선 카네이션을 같은 걸로 두 화분을 샀다. 하나는 어머니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림동에 혼자 사시는 이모님이 계신데 이모님을 갖다 드리려고 한다. 그렇게 사놓고 천천히 여기저기 화원을 돌아다니며 꽃 구경을 하는데 어머니가 이젠 집에 가자고 하신다. 벌써 가냐고 했더니 오줌이 마렵다고 하신다. 나오기 얼마 전에 오줌 누고 나오시지 않았냐고 하니까 많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고 하셔서 부지런히 집으로 모시고 들어왔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 들어가신 어머니가 한참 만에 나오시는 걸 보니 오줌을 지리신 듯 보였다. 진작에 어머니 마음을 헤아려 모시고 들어올 걸 싶었다. 그러시면서 요즘 들어서는 오줌이 자주 마렵다고 하신다. 앞으로는 어딜 모시고 나갈 때 그에 따른 적절한 대비를 해서 어머니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총기도 좋고, 말씀도 참 잘 하시고, 인정도 많으셨던 어머니였는데 언제 저렇게 되셨는지 가슴이 아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릎이 아파 다리를 잘 못 쓰시는 것만 안쓰러워 했는데 이제는 점점 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 드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해본다.

 

연세에 비해서 그나마 건강하셔서 여태까지는 자식들 걱정시키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우리들 곁에 오래도록 계시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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