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집이 아주 한참 만에 사람 사는 것 같다. 늘 조용하던 집에 오전부터 떠드는 소리가 난다. 그건 분당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왔기 때문이다. 아직 애들도 없는데 어른 둘이 더 있다고 이렇게 금방 사람 사는 모습이 달라지다니 이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그립다고 하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얼마 전 어머니한테 들렀더니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실제로 마음에 닿지 않았었다.
조금 전 그 애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는 방금 할머니한테 간다고 마누라와 같이 나갔다. 아마도 요즘 같아서는 어머니가 살맛이 나실 것이다. 오늘 점심때는 수원 사는 둘째 며느리와 손자가 어머니한테 간다고 했고, 또 조금 있으면 우리 애들도 갈 테니 모처럼만에 조그만 아파트가 북적거릴 것이다. 또 내일은 안산 사는 큰 딸이 어머니를 찾는다고 했다.
이렇게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찾는 것도 좋지만 어머니의 외로움을 다소라도 달래주려면 평소에 나누어 방문을 하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잊지 않고 찾아 준 며느리, 손자한테 마냥 고마워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들 둘을 앞세운 어머니가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며느리와 손자들을 만나볼 수가 있겠나.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께서 시끌벅적해진 집에서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느끼셨을거다.. 물론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휑하니 다 빠져나가면 오기 전보다 밀려오는 외로움이 더 크시겠지만 다들 벌어먹고 사는 게 바쁘니 어머니가 이해를 하시고, 감수를 하셔야 되지 않을까 싶다. 나 같은 백수야 크게 하는 일 없고, 나는 게 시간 밖에 없으니 아무 때고 어머니가 보고 싶고, 안부가 걱정되면 쫒아가지만 다른 자손들은 바쁘게 산다.
오늘은 어디, 어느 집을 가든 부모가 생존해 계시든지 자식이 있는 집에서는 나와 똑 같이 모처럼만에 사람 사는 것 같았을 것이다.
5월의 긴 하루가 오늘은 길지 않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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