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마누라가 컴퓨터를 배운다고 한다. 동사무소에서 가르쳐주는 것인데 1주일에 두 번을 간다. 가서 시간 반 정도를 배우고 오는데 지금은 한글자판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꽤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내가 도움을 줄 것은 없나 찾아보다가 그냥 자판 연습할 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보다는 커피나 한 잔 타주고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나이가 먹고도 뭔가 하려고 하는 것이 대견스럽지 않은가. 더구나 석수동까지 가서 배우는 것을 보면 앞으로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에서는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데는 없고, 여기서는 탁구를 배우러 다닌다. 이렇게 정년퇴직을 하고 뭔가를 찾아서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나도 컴퓨터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마누라처럼 ‘ㄱ,ㄴ,ㄷ...’ ‘ㅏ,ㅑ,ㅓ,ㅕ...’를 10여 년 전에 한글자판연습을 해서 한타는 분당 450타를 치고, 영타는 250타를 친다. 그래서 그걸 아직도 이렇게 써먹고 있으니 처음부터 잘 만 배워 놓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이가 먹어서 자판을 연습하는 마누라를 요즘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부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지금의 열정을 이어서 끝까지 잘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마음을 헤아리다 (0) | 2011.05.06 |
---|---|
친구가 죽어 문상을 가다 (0) | 2011.05.04 |
조카가 군대를 간다고 한다 (0) | 2011.04.19 |
먼데 간 동료아들 결혼식에 가다 (0) | 2011.04.08 |
친구 환갑에 가다 (0) | 2011.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