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눈

강일형(본명:신성호) 2024. 2. 22. 16:05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바깥세상이 온통 새하얗다. 밤새 눈이 꽤 많이 내렸나 보다. 수년 전 연말에 손자들이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늘처럼 많은 눈이 내렸었다. 그 후로 눈이 오긴 왔어도 이렇게 많은 눈은 보지 못했다.

 

원래 봄이 올 무렵에는 주로 동해안 지역으로 눈이 많이 오고, 겨울이 들어서는 동절기 초입 계절에는 우리나라 서해안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 그동안 보편화 된 계절의 패턴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벗어나기는 했어도 동해안 지역에 엄청 많은 눈이 내려서 눈난리가 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근래에 보기 드문 눈이 내렸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것은 눈이 많이 내렸음에도 날씨가 춥지 않아 도로에는 쌓인 눈이 얼지 않고 녹아서 사람이나 차량 통행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요즘에는 옛날보다 눈이 상당히 적게 오는 편이다. 옛날에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눈도 많이 오고 추울뿐만 아니라 겨울도 요즘과는 다르게 짧지 않고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만 해도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쌀은 아껴야 해서 밥을 지어먹지 못하고, 주로 고구마를 쪄서 동치미나 김치를 꺼내어 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웠으며 동절기 긴긴밤을 보내면서 군것질이라고 해야 생고구마를 깎아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뿐이겠는가. 날씨가 추운 날은 방안인데도 창호지 문쪽에 놓아둔 물걸레가 딱딱하게 얼을 정도이니 이불속에서 얼굴을 꺼내놓고 자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그때가 더 추웠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우수도 지났고, 내일은 개보름이고 모레는 정월 대보름이다. 이렇게 쌓인 눈이 금방 녹는 것을 보면 추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암시이고, 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봄에 오는 봄눈은 풍년을 기약한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기구를 손보며 농삿일을 준비했다. 올해도 저 많이 내린 눈처럼 가을이 되면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풍년이 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