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풀 이야기

우리 집에 한란(寒蘭)이 활짝 피었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4. 1. 25. 19:57

이 난이 우리 집에 온 지는 거의 15년이 되었다. 정년퇴직할 때 사무실에 있던 것을 가져왔는데 그때 피고서는 여태 껏 피지 않고 간신히 생명만을 유지하고 있다가 지난달 말부터 꽃대가 올라오는가 싶더니 드디어 이틀 전부터 꽃망울이 터지고 이제는 꽤 여러 송이가 피어서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꽃이야 자질구레하고 보잘것 없이 흑·적갈색으로 피지만 꽃 향기는 아주 진하지 않고 연하게 코끝에 닿는 향기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그런데다가 꽃이 금방 지지 않고 오래가는 것도 칭찬해 줄 만하다.

 

그래서 이 참에 난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난(蘭)을 크게 나누어보면 꽃과 잎이 작은 동양란과 잎과 꽃이 큼직한 서양란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 동양란 중에서는 꽃이 2-4월에 피는 것을 춘(春)란이라고 하고, 6-9월에 피는 난을 하(夏)란이라고 하며, 8-10월에 피는 난을 추(秋)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리 집의 난처럼 요즘에 피는 난을 한(寒)란이라고 하는데 보통 10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피는 난들이 이에 속한다.

 

그러면 동양란을 좀 더 세밀하게 알아보면은 잎이 좁고 넓음에 따라 철골소심란, 산천보세란, 대국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 데 철골소심란은 잎이 좁고, 황·노란색의 꽃이 가을에 피며 대체로 승진이나 취업, 영전 등 축하 선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산천보세란은 새해를 알려주는 난이라고 하여 보세란이라고 하고 동양란 중에서 한란에 속한다. 보편적으로 이 난은 잎이 넓고, 꽃이 흑갈색이며 꽃대가 길게 약 40cm 이상 올라와 꽃대에 꽃봉오리가 드문드문 볼폼없게 맺혀서 사람들의 눈

길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냄새를 맡아보면 금방 매력에 빠져 이 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애착을 갖고 키워보려고 노력한다. 산천보세란은 더운 것을 싫어하고 시원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햇볕이 거의 잘 들지 않으면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 끝으로 대국란은 잎이 넓고, 잎 가장자리에 흰·노란색의 줄무늬가 있기도 하며 키가 작은 편이다.

 

이렇게 우리 집의 산천보세 한란이 15년 만에 꽃을 피웠다. 작년에 발을 다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 한 해는 오랫동안 피지 않았던 난꽃이 피는 걸 보니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 집에 활짝 핀 한란꽃을 보고 도저히 자랑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서 한 번 자랑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