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양 중앙시장 '왕방울포차'와 박달동 '수작'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3. 6. 5. 22:29

 

엊그제 한치 잡으러 남해안으로 낚시를 갔던 친구가 그래도 한치를 여러 사람이 안주할 만큼을 잡아 와서 내일이 노는 날이라 그걸 가지고 오늘도 왕방울 포차에 가서 1차로 먹고, 주량이 조금 부족했던지  2차로 박달동 '수작'이라는 호프집에 가서 맥주 여러 병을 먹고 와 술도 깰 겸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박달동에 있는 '수작'은 오늘 처음 갔는데도 괜찮은 집 같다. 사장님이 키도 훤칠하고 첫인상도 그런대로 까칠하지 않고 수더분해 보였다. 그러니까 장 아우님이 그 사장님을 많이 좋아하지 않나 싶다. 마누라 없이 혼자 오래 살다 보면 입고 있는 옷이라든가 몸꼴에서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친구는 전연 그렇지 않아 여태껏 마누라가 없는 줄도 몰랐다.

 

오늘 같이 술 마시러 간 친구가 총 9명이었는데 두 명이 1차로 마시고 집으로 들어 가고, 7명이 2차로 가서 마른안주와 과일 안주를 시켜서 병맥주 꽤 여러 병을 마셨다.

 

 

늘 술을 먹어 보면 술을 누구하고 같이 마시냐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편안하게도 느껴지는데 오늘 같이 술을 마신 친구들은 가끔 이런 자리를 갖는데도 한 번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만 그런 건지, 그 친구들도 나하고 같은 생각일런지는 모두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대충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술 마시면서 같이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도 선택받은 것이고, 거기에다가 무슨 얘기가 됐든 내 얘기를 들어주기까지 한다면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지 않겠는가 싶다.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때 큰 것보다는 이렇게 작은 데서 느끼는 행복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하다고 본다.

 

술 마시고 괜한 객기를 부린다고 할까봐 더는 횡설수설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글도 쓸 일이 없다. 이렇게라도 술 마시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건강하다는 증거다. 건강은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서 지켜가야 한다. 과음은 나쁘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숙면을 방해한다거나 기존에 약을 먹고 있다면 그 약물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뇨작용, 심장마비 감소, 발작을 줄이는 효과 및 대인관계의 증진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술은 알맞게만 먹으면 아주 좋은 약이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영식이 아우님이 남해안에 가서 한치 잡아 오시느라고 고생하셨는데, 왕방울 포차에 가서 그것 다 손질하셔서 이처럼 즐거운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 어찌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고마웠다는 말씀을 남기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 이 형, 고생 많이 하셨고 수고하신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가실 때는 100마리 잡아오시구려." 

 

오늘 하루도 아무 탈 없이 하루가 다 가고 있다. 누군가가 되었든 오늘처럼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갖게 해 준 것에 감사하며 집에 도착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