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원도로 가을여행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0. 20. 10:48

올해는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꼭 가야 할 일을 빼놓고는 집에만 있던지 아니면 집 근처에서 맴돌다가 세월이 이렇게 가서 계절이 몇 번이 바뀌고야 마누라하고 같이 집을 나섰다.

 

운전을 오래도록 하지 않아서 장거리를 운전한다는 것이 부담은 되었지만, 쉬엄쉬엄 갈 요량으로 강원도 여행에 나섰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루어 놓았던 여행도 여행이지만, 코로나로 늘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냥 무료하게 맥없이 보내게 되는데 그렇게 보내는 것보다 이런 기회에 무엇인가 무료함을 달래고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식물과 나무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하고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산림기사 1차 시험을 지난여름에 보고 합격하여 2차 실기시험이 강릉에 있는 임업기계훈련원에서 치루게 되어 이참에 미리 하루 전에 가서 하룻밤을 쉬면서 강원도의 가을 단풍을 마누라와 같이 보고 오면 되겠다 싶어 가을 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나서고 보니 우선 길눈이 어두웠다. 전에 같으면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시절에도 지도만 보고 잘 찾아다녔건만 지금은 내비가 길 안내를 잘 하는데도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 곳을 놓치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어렵게 운전을 하여 강릉으로 바로 가지 않고 중간에 진부로 빠져나와 월정사를 들렀다. 월정사는 다녀온 지가 꽤 오래되었어도 낯설지는 않았다. 절 들어가는 입구 개울가로 단풍이 너무도 곱게 들어 들르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이렇게 곱게 물 들은 단풍은 여느 가을철에도 쉽게 볼 수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본다.

 

월정사를 뒤로 하고 절에서 나오다 좌회전하면 오대산으로 해서 주문진으로 빠지는 산길이 나온다. 오래전 가을에 이 길을 굽이굽이 돌아 넘어온 적이 있었는데 적갈색의 참나무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던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가는 내내 그 모습을 보려고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서도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올해는 가을에 들어서자마자 강한 추위가 일찍 찾아와 단풍이 들기 전에 잎새가 말라버려 산 전체가 허여스름하다. 아마도 올해의 단풍은 이렇게 끝나지 않을까 싶다.

 

오대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내일 가서 시험 볼 강릉임업기계훈련원이 우측이라고 하는데도 오던 길에서는 빠져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곡면사무소가 있는 데까지 가서 다시 돌아 올라가야 했다. 장소를 알아 놓고는 시내로 나갔다.

 

주문진은 참으로 많이 왔던 곳이다. 가족들, 직장동료들과 온 것 말고도 초등친구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횟집에서 회만 먹고 간 것도 네 번이나 된다. 이렇게 주문진을 오래도록 여러 번을 왔는데도 물이 맑은지는 이번에 알았다. 원래 동해안은 물이 깨끗하기로 이름이 났지만, 아들바위가 있고 배호의 파도노래비가 있는 소돌해변은 더욱더 그랬다. 어디서 누가 들려주는지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 사람을 못 잊어 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아주 가깝게 들려온다. 노래가 들리는 중에도 연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주문진 시장 안으로 이동했다. 나는 해산물을 먹기는 먹어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더구나 차가 있기 때문에 술도 한잔할 처지가 아니어서 벼르다 여행 온 마누라 눈치만 보는 중이었다. 주문진 해산물 시장은 전국을 통틀어도 상위권에 들 정도다. 특히 건어물 시장은 규모도 규모지만 길가로 길게 늘어진 모습이 경이스럽기까지 하다.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서 걸음을 멈춘 데가 대계 집인데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대계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대게를 먹으려면 꼬챙이로 파먹어야 해서 먹는 게 시답잖을 데가 있다. 그런데도 내일 혼자 있을 마누라를 생각해서 대게보다 더한 것도 사주고 싶었다.

이튿날 시험을 보고서 저녁나절이 다 되어서 오색약수터에 도착하여 산촌식당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산채정식을 먹었는데 반찬도 정결하고 맛도 있었다. 그런데다가 인심도 후하고 넉넉해서 반찬도 더 갖다주기도 했다. 특히 장맛은 일품이어서 그 식당에서 파는 된장을 한 통 사오기도 했다.

 

 

강릉에서 한계령으로 오게 된 것은 한계령 단풍을 보기 위해서인데 옛날에 한계령을 오가며 보던 그 흔한 옻나무, 붉나무 단풍들은 다 어디 가고 어렵게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