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음 블로그, 10주년을 맞이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1. 1. 22. 13:33

2011년 1월 22일, 다음에서 블로그 명을 "어느새 늦가을인가?"로 만들어 오늘이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이 블로그를 만들게 된 동기는 작은 아들이 그해 1월 15일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가 1주일 만인 1월 22일에 우리 집으로 와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는 아이들 할머니도 와 계셨었다. 그래서 어머니 진지 상은 별도로 차려드리고, 또 우리들이 먹는 상은 넓고 둥근 상에다 차려서 막 먹으려고 하니까 갓 시집온 새 며느리가 할머니하고 같이 먹는다면서 밥그릇과 수저를 갖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요새 젊은 애들 같지 않아 적잖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데다가 한편으로는 참,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는 한데 대놓고 칭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꾸욱 참고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궁리 끝에 그날 처음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거기에다 나의 착한 며느리를 칭찬해준 것이 다음 블로그와의 첫 만남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다음 블로그가 세월이 이렇게 가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60대 초니까 나이를 계절에 비유한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중에서 가을은 지났고, 겨울은 아직 아닌 늦가을이라고 생각되어 "어느새 늦가을인가?"로 블로그 이름을 지은 것인데, 그 후 10년이라는 세월은 계절도 사람의 모습도 많이 달라지게 하였다. 그래도 그동안 '어느새 늦가을인가'와 친구가 되어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500편 가까운 글을 블로그에다 나의 일상과 생각을 아무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써놓았다. 그중에서 생각나는 글은 여행의 소분류에 있는 '그랜드캐니언을 가다', '동유럽 7개국을 가다', '백두산 천지(天池)를 가다 '라는 글이 여러 여행 중에 남긴 기행문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또한 10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작은 아들보다 늦은 큰아들의 결혼과 손자의 탄생과 같은 기쁜 일도 있었지만, 어머니를 비롯해 큰형수와 막내 제수씨 등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여기에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보내면서 가슴 아파했던 얘기도 '나의 이야기'에 숨어 있다.  

 

세월은 그렇게 또 흘러 내 모습도 늦가을에서 한겨울로 어느새 바뀌어 사람 구실하면서 살 날이 5년, 아니면 10년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는 날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공통적인 욕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난 12월 연말에 "벌써 한겨울이 되었던가?"로 블로그를 새로이 만들어 향후 언제가 될지 몰라도 심신이 허락하는 날까지 절친은 아니지만 좋은 친구 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 서로 심심하지 않게 자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