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옛 과천 동지와 저녁 식사를 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1. 1. 13. 18:36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나가서 밥 먹는 것도 아주 조심스럽다. 며칠 전에 약속이 되어 있어서 나가긴 나가야 되는데 오후 5시에 인근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는데 오후 3시경부터 앞이 보이지 않도록 눈이 내리었다. 다행히 날이 푹해서 큰길에는 차가 다녀서 쌓이다가도 녹기도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발목이 빠지도록 많이 쌓였다. 수일 전에도 퇴근 무렵에 아주 많은 눈이 내리더니 이번에도 많은 눈이 내려서 보행자와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했다. 요새는 눈이 왔다고 하면 눈 오는 시늉만 하지 않고 신발이 눈 속에 빠지도록 많이 내리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오늘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이 친구는 오래도록 공무원으로 있다가 정년 퇴직을 하고서는 이일 저일 해보다가 요즘에는 쉬고 있는데도 코로나 때문에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코로나만 아니면 가끔 볼 수도 있었는데 작년 여름에 잠깐 보고 이렇게 한참만에 보게 되었다. 코로나가 없었을 때에는 가끔 같이 식사도 하고 소주도 한 잔씩 나눴는데 코로나가 사람들의 일상을 많이 바꿔 놓았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띄엄띄엄 앉아 있는데도 여럿 되었다. 전에도 이 집에 와서 도가니탕을 가끔 먹어 봤는데 맛도 괜찮고 양도 넉넉하여 여건이 되었을 때는 이 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코로나로 식당 여건이 어려웠는지 맛도 양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오래도록 다녔던 사람으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소주도 한 잔하고 돌아오는 길은 그나마 눈이 그쳐서 다행이었다. 갈 때 눈이 많이 와서 큰 우산을 갖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는 우산으로 지팡이를 해서 집 오르막 모퉁이를 돌아서니 철거하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채 반짝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겨울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