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겨울비가 내리는 날 학의천 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1. 1. 21. 18:17

마누라하고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큰 길가 모퉁이를 돌 때쯤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가 온다고 하여 그렇잖아도 각각 우산 하나씩을 챙겨서 집을 나섰기 때문에 되돌아오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천변(川邊) 길에 도착하여 얼마 걷지 않아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제법 땅바닥을 적셨고, 안양천에서 학의천으로 갈라지는 초입에 있는 흙길로 가려다 땅이 젖게 되면 흙이 튈 것 같아서 포장 도보길을 택하여 걸었다. 하지만 거기가 거기다. 포장 도보길도 비가 와서 젖어있는 데다가 기온이 올라가서 길가로 치웠던 눈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걷는 길이 썩 좋지는 않았다. 같이 걷던 마누라는 내비산교까지 같이 걷고서는 운동장에서 실시하는 '한 집 한 사람 코로나 검사'를 하기 위해 헤어졌고 나는 우산을 쓰고 계속 수촌교 방향으로 걸었다.

 

이제 건 지가 한참이 되니 이마에 땀이 흘렀다. 그래서 다소 걷는 속도를 줄여서 걷기 시작하였다. 겨울비가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것을 보면 건강을 지키는 일과 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다. 전에 이 길을 걸으며 눈여겨보았던 수촌교 가기 전에 있던 산국을 찾아보니 12월 늦게까지 노랗게 끈질기게 버티던 모습과 향기는 어데 가고 사그라든 흔적만 간신히 그 자리에 남겨 놓은 것이 전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주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 학의천의 식물들을 놀라게 하였을 것이다. 오늘 지금은 비가 오더라도 봄을 기다리는 식물들이 지난 강추위를 생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개천 옆으로 아주 커다란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있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앉는 의자가 여러 개가 있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누라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쯤 가고 있냐고.... 마누라도 검사 끝내고 학의천 길을 걷기 시작했다면서 연락이 왔다. 아직 뉴턴 지점까지는 못 가고 멀지 않은 곳에 대한교가 보이고 그 앞에 개천 위로 나지막하게 놓인 세월교가 보였다. 세월교 가기 전 길가로는 갈대와 달뿌리풀이 비가 오는데도 어김없이 도열하고 있다가 여길 걷는 사람들을 열렬히 환영하여 주고, 세월교 밑에서는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면서 어서 오라고 반가워한다.

 

이렇게 오늘은 한겨울 날에 비가 오는데도 마누라와 같이 학의천 길을 걷고 자연과 같이 어울리며 건강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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