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의왕에 왕송호수 둘레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0. 24. 00:50

의왕에 있는 왕송호수는 안양보다는 수원에서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집에서 승용차로 출발하여 정확하게 22-3분 걸렸다. 1호선 전철을 타고 수원을 오가며 의왕과 성대역 중간에서 숱하게 보았던 호수가 왕송저수지였다.

 

 

 

 

오늘은 날씨가 평소보다 바람도 더 불고 쌀쌀하다. 원래는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을 가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날씨 때문에 가지 않고 그 대신에 의왕에 왕송호수로 온 것이다. 차를 주차해 놓고 호수 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들어가는 입구부터 온통 꽃으로 뒤덮여 있다. 가을 축제를 준비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어서 이렇게 꽃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걸어가는 길옆 연못으로는 썰렁한 날씨에 시위라도 하는 양 철 지난 분수가 공중으로 물을 품어 올리고 있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호수가 쪽으로 몇 칸 달린 기차가 서 있고 그 앞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내리는 데가 나왔다. 레일바이크는 타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타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다 함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하는 듯 보였다. 그 이유는 우리가 왕송호수 둘레길을 걷고 있을 때 여러 대의 바이크가 10m 정도의 간격으로 연속해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일바이크를 타러온 것이 아니어서 호수가로 나있는 데크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수 둘레길이 너무 멀어 보여서 반만 돌아오는 코스가 없는가 살펴봤는데 중간 정도 걷다가 질러오는 지름길이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다 걷기로 마음먹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호수가 데크 길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아서 갈대가 무성한 생태습지가 나오고 그 습지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습지를 걷는 내내 잘 듣지 못한 꾸꾸~하는 소리가 연실 들려와서 몇 번을 두리번거리다가 생태습지 저 너머를 보니 많은 철새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그 소리가 그들만의 소통을 위한 표현이었다.

 

 

걷는 길은 데크길을 걷다가도 흙길을 걷고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바람에 한들거리는 길도 걷고, 키가 작은 해바라기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꽃을 간신히 피워서 힘들은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쑥스럽게 느꼈던지 고개를 돌린 해바라기 꽃밭 길도 걷는다. 처음 시작한데서 멀리 보이던 반대 방향에 와 있다. 날씨가 썰렁한 탓에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걸었더니 땀방울이 맺혔다. 멀지 않은 곳에 긴 의자가 보여서 물도 한 잔 마시고, 갖고 갔던 찐 고구마도 하나 먹으려고 잠시 쉬었다.

 

다시 걷기 시작해서는 다소 천천히 걷는다는 것을 실제로 느낄 정도로 여유 있게 걸었다. 저수지 물을 방출하는 방수로 문은 한쪽만 조금 열어 놓았는데도 물살은 세차게 흘러내렸다. 둑방 길에 올라서자 주변이 멀리까지 시원스레 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수원이 지척에 있고,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리가 걸어왔던 저수지 끝이 까마득하다. 레일바이크 괘도는 걷는 내내 왼쪽으로 있다가 둑방에서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길섶으로는 개똥쑥, 비수리, 개망초, 가시상추, 미국자리공 등이 보였다. 둑방길을 걸어와 민가가 있는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 더 걷다 보면 물가 쪽으로 시원찮은 메타쉐케어 숲길이 나오는데 물가여서 너무 습기가 많아 잘 자라지 못하고 정상적인 생육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을 해는 짧다. 입구부터 시작해서 왕송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만(10,000)보 남짓 걸었다. 거리로는 7km 안팎이 될 것으로 보며, 시간은 딱 1시간 반이 걸렸다. 짧은 하루인 요즘 낮 오후 2시에 나가서 왕송호수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는데도 해가 있어서 집에 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