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오산의 물향기수목원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0. 26. 14:10

어제는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을 갔다가 왔다. 안양에서 전철을 타고 오산대역에 내려서 2번 출구를 빠져나가 도보로 수목원까지 가는데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후이다 보니 수목원을 둘러보고 집엘 오면 혹시 늦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전철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왔는데도 오후 6시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오산에 가서 물향기수목원을 둘러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물향기수목원은 수도권에 있는 수목원 중에서 교통이 가장 좋은 편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전철이 연결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이고, 역에서도 환승을 하지 않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것은 성격상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수목원이라고 볼 때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느 사설수목원에 비해 입장료가 절반도 안 되는 어른이 1,500원이고, 청소년·군인은 천원, 어린이들이 700원이다.

 

물향기수목원의 전체 면적은 약 10만 평(34ha)이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약 6년간에 걸쳐 조성되었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잠시도 떨어져 살 수 없는 자연과의 관계를 모토(motto)를 삼아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관련된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호습성식물원 등 19개의 주제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약 2천 종에 가까운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입구에 들어가서 오른쪽 길을 택해 수생식물원과 중부지역자생원을 천천히 둘러보고 습지생태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무와 풀 등에 관심이 많아 풀 이름과 수종을 모르는 식물들은 팻말을 확인하고 나뭇잎과 풀잎을 확인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습지생태원은 하절기 초종(草種)을 거두어 냈는지 얕은 물에 흙물만 보이고 풀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곳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니 길지 않은 메타세콰이어 숲이 나왔다. 여름 같으면 시원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 가지 않아 백당나무와 층층나무가 있고, 화장실 옆으로 나뭇가지마다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달린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잔디마당이 나왔다. 마누라가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고 해서 거기서 쉬면서 음료수로 목도 축이고 싸간 음식으로 입맛도 다셨다.

 

다시 일어나 산림전시관으로 이동을 했는데 우리가 운이 없었던지 수리 중이어서 관람을 할 수가 없었다. 민가가 보이는 쪽으로 더 내려가니 왼쪽으로는 길게 하늘로 뻗어 나간 대나무 숲이 보였고 우측에는 연못에서 분수가 품어져 나왔다. 그 앞에는 분홍색으로 단풍이 든 굵은 낙우송 몇 그루가 우리를 기다렸다. 낙우송은 낙엽송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사람의 모습에 비유한다면 낙엽송은 몸이 홀쭉한 반면에 낙우송은 풍채가 좋은 중년의 중후한 남성처럼 가지가 적당히 우거져 보기가 좋다.

 

낙우송

추천 관람로를 따라가다 보면 분재원이 나오는데 분재는 몇 개 되지 않고 구색만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관람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난대식물원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아서 나오고 얼마를 걷지 않았는데 낮익은 길이 나왔다. 우리가 처음에 들어왔던 길과 비슷하여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우리가 들어온 길이 맞았다. 그래서 다시 돌아 들어가 한국의 소나무원과 단풍나무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아파트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몰라서 궁금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대왕참나무였다. 잎새가 우리나라 참나무 종류의 잎과는 다르게 굴곡이 심하게 나 있고 길다. 하지만 도토리는 우리나라의 참나무와 비슷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들이나 산에 가도 흔히 볼 수 없는 아주 키가 크고 아름드리의 은사시나무를 몇 그루 보았는데 은사시나무에 얽힌 얘기를 해보면 불과 4-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밥해 먹고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나무로 불을 때야 했다.

지금은 전기나 가스, 석유로 취사 또는 난방을 하기 때문에 나무가 필요 없어도 그 당시는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 전에 필자가 북한을 두

 

 

 

번 여행을 갔다 온 일이 있었는데 북한에 산들이 우리나라 1960-70년대 산처럼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 산이었다. 아직도 북한에서는 나무로 취사나 난방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나무가 산에 남아나질 못해서 민둥산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이 벌거숭이었을 당시에 세계적인 임목육종학자인 현신규 교수는 지금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나무가 없을까 고민하였다. 이태리포플러는 잘 자라긴 해도 수분이 많은 평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수분이 별로 없는 경사가 있는 산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찾다 보니 유럽이 원산지인 은백양나무의 암나무에다 수원사시나무 수컷을 접붙여 탄생시킨 것이 은사시나무였다. 지금은 이 나무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나무 질도 안 좋다고 하여 천대를 받고 있어 산 구석이나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까지 쫓겨났지만 나무로 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난방뿐만 아니라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성냥 등 다목적으로 이용되어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단풍나무원에는 여러 종류의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산 경사지 전체를 아주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눈으로 보는 단풍은 좀 이른 감이 있어도 단풍나무를 관찰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단풍나무의 수종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것이 대다수여서 아쉽다면 아쉽다. 좀 더 시간이 가서 단풍이 제대로 들었을 때 오면 단풍의 진면모를 물향기수목원의 단풍나무원에서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풍나무를 둘러 보고 그 위쪽이 리기다소나무 밭인데 나무 그늘 아래에다가 탁자를 여러 대 설치해 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싸간 음식물들을 꺼내어 먹기도 했다. 우리도 그 옆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 밑에서 좌측으로 무궁화를 많이 심어 놓은 무궁화동산 같은데 이상하게도 무궁화 꽃은 하나도 핀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하루 해가 서쪽하늘로 많이 기울어져 갔다. 전철을 타고 오는 전차 차창 저 너머로 붉은 석양이 하늘을 물들였다. 물향기수목원을 한 바퀴 관람하는데 대략 2시간 남짓 걸렸고, 걸음 수는 약 만()보 걸었다. 집에까지 오가며 걸은 걸음까지 합한다면 거의 16,000보를 걸었으니 오늘 하루도 오산의 물향기수목원이 있어 보며 걷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도보여행으로 가을 하루를 잘 보냈다.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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