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0. 29. 01:33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은 엘지(LG)의 구본무 회장(1945-2018)께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각별히 신경을 써서 조성한 사설 수목원이다. 구본무 회장은 엘지상록재단의 설립자로서 20185월 작고할 때까지 추구해온 가치는 생명존중이었다. 평소에도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사랑했고, 맑은 강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도 사랑했으며 특히 기상과 기품이 넘치는 소나무를 많이 좋아했다. 또한 계곡에서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도 좋아했기에 병들어가는 산림과 동식물을 보호·보존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호 화담(和談)을 따서 화담숲으로 명명했다. 이곳은 화담숲뿐만 아니라 골프장, 스키장, 콘도까지 종합레저타운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담숲을 갔다 온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화담숲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든지 아니면 중간에 화담숲 초입까지 올라가는 곤드라를 타고 가든지 해야 했다. 곤드리 타는데는 길게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서 우리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곤드라에 오를 수 있었다. 타고 가는 시간은 채 5분이 안 되었다. 입장료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성인이 1만 원, 경·청소년은 8천 원, 어린이가 6천 원이고, 모노레일 승차권은 각 승강장에 따라 4천 원(소아:3천 원)부터 최고 8천 원(소아:6천 원)까지 별도로 더 든다. 동절기에는 모노레일 승차권을 포함하여 입장료가 성인·경로·청소년은 1만 원이고 어린이는 8천 원이다.

 

 

 

화담숲은 약 165(5만 평) 규모에 4,300여 종의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이 10만 평에 1,920종의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면적은 적은데도 배가 넘는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담숲은 크게 특성화 테마원(철쭉, 진달래, 수국, 소나무정원 등)과 차별화 테마원(이끼, 암석, 하경정원, 반딧불이, 추억의 정원 등)으로 분류하여 17개 테마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담숲의 첫 관문에 들어서면 잘 생긴 천년화담송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워낙 소나무가 기품이 있고 멋지게 생겨서인지 그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고 잠시도 자리를 비껴주지를 않는다. 거기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계절이 계절인 만큼 눈이 황홀할 정도로 오색찬란한 단풍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내 평생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하는 단풍은 처음 본다. 단풍나무가 물 들은 숲속으로 민물고기생태관이 나왔지만, 문이 닫혀 둘러보지 못하고 왼쪽 언덕길을 따라 걸으니 이끼원이 나왔다. 나무에 관심이 많아서 이름을 모르는 나무가 나오면 이름도 알아보고 잎과 수피는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면서 나무도 보고, 울긋불긋한 단풍도 구경하며 꼬부랑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자작나무숲이 나왔다. 숲의 면적은 꽤 넓었으나 자작나무를 심은 지가 얼마 안 되어서 인제에 있는 자작나무숲 정도가 되려면 좀 더 세월이 필요해 보였다.

 

 

 

자작나무단지를 지나 숲 트레킹코스를 따라 걸어 숲테마원 코스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서 숲 전체를 천천히 밑으로 내려다보면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평안해지며 화담숲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눈을 더 멀리로 돌려보면 스키장의 야간전등이 햇볕에 반사하여 눈에 들어온다. 양치식물원을 지나 소나무 정원길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한 번은 저 밑에서 단풍을 보고 감탄을 했고, 이번에는 소나무를 보고 또 놀랬다. 전국에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는 다 여기다 모아 놓은 듯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소나무부터 기이한 소나무까지 넓은 지역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정말 여기 화담숲에서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소나무 정원에서 분재원으로 이동하다 보면 분재나무를 화분 말고도 땅에 심은 것이 가끔 눈에 띄었는데 그중에서 느티나무 분재는 500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양 길가로 크고 작은 분재들이 즐비한 분재원을 지나 전통담장길이 나오고, 얼마 걷지 않아 장미원과 오죽나무(줄기가 까만 대나무)길을 걸어 내려가 수국원에 도달할 쯤에는 멀리서도 짙은 국화향기가 코를 찌른다. 계절이 국화철이어서 언덕을 뒤덮은 알록달록한 국화꽃들이 걷던 길을 멈추게 했다.

 

반딧불이원을 지나 추억의 정원에 도착하니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 보았던 우리 동네 담벼락의 모습과 닮은 나뭇가지로 엮은 초라한 담장이 있고, 반면에 돌담을 잘 쌓아 기와로 지붕을 이은 고급스러운 담장도 있어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 밑으로는 전통혼례장의 모습과 윷놀이와 강강수월래를 하는 모습의 모형을 만들어 놓아 그리 멀지 않은 세월 전에 있었던 시골 동네의 그리웠던 옛 풍경을 떠올리는 데 충분했다. 추억의 정원에서 얼마 걷지 않아 원양연못이 나왔는데 원양연못 물 위에는 사랑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원앙새 여러 마리가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이렇게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을 구경하며 걸어 올라가서 걸어 내려오며 구경하는데 걸렸던 시간이 모두 3시간이고, 거리는 기준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화담숲 출입문에서 약 만(;6km)보 남짓 되고, 주차장까지 걸어 오간 거리를 합친다면 14,000보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화담숲에서 걸으며 나무와 식물에 대해 모르는 것을 공부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우면서도 화담숲의 가을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써가며 아름다운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입구의 가을단풍을 보고는 고희(古稀)의 나이에 처음으로 가슴을 설레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질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또한 소나무정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훌륭한 정원이었다. 세계 어디에다 내놔도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여서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가신 지가 2년여 되었지만, 그분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 중에 내가 죽은 뒤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잘 만들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너무도 겸손하신 말씀이었다고 본다. 구 회장님 덕분에 2020년의 가을 단풍을 잘 보고 마음에 잘 담아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직도 화담숲 단풍을 구경하지 못하신 분들은 더이상 늦추지 마시고 서둘러 단풍구경 길에 나선다면 화담숲에서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단풍을 구경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