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비봉산 마실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1. 12. 22:05

두어 달 전부터 점심식사를 아주 간단히 요기 정도 하던지 아니면 그마저도 하지 않다가 4일 전에 부산에 사는 막내 아우가 며칠 휴가를 내고 수도권에 사는 형제들을 만나보기 위해 우리 집으로 다니러 와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되면서 또 다시 중식을 먹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 오후에 아우가 부산으로 내려간 후 오늘은 오전에는 다소 썰렁할 것 같아서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평소 때처럼 점심식사를 거른 채 정오가 지난 후에 비봉산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비봉산 마실길은 오래전부터 지난주까지 자주 즐겁게 걷던 길이다. 큰 트럭이 다닐 정도로 널찍한 도로에 비포장이어서 그 길을 자주 걷는 데도 싫증이 나지 않고 늘 기분 좋게 걷는다. 집에서 출발하여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 산길로 접어들어서는 오르막이 30분 가까이 지속하다가 삼성래미안에서 올라오는 산책길과 비봉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마실길과 만나게 된다. 래미안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는 적당히 경사가 있는 산길이어서 오늘 같은 날씨에도 등줄기에 땀이 맺히고 이마에 땀방울이 흐를 때쯤 마실길과 만나게 된다. 올라가서 잠시 쉬고는 좌측으로 길 머리를 돌리면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어서 두셋이 나란히 걸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걸어도 폭이 충분할 만큼 여유 있고 한가한 길이어서 산책 코스로는 이만한 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며칠 만에 올라갔더니 길가로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길 가운데로도 낙엽이 있어 낙엽 밟히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키가 큰 갈참나무에서 갈잎들이 춤을 추며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렇게 가을이 벌써 다 가고 있다. 가을이 올 때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조용히 오더니 가을이 가는 소리는 발바닥에 밟혀 낙엽 부서지는 소리와 더불어 시끄럽게 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이 근방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비봉산 마실길을 오늘도 걸었고 또 내일도 걸을 것이다.  집 뒤에 이런 산길로 이어진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대단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