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풀 이야기

안양 비봉산의 누리장나무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2. 10. 18:22

누리장나무(학명:Clerodendron trichotomum)는 마편초 누리장나무과에 속한 식물로써 높이가 3~4m밖에 자라지 않는 키가 작은 나무이다. 서식지는 우리나라의 남한 전역에서뿐만 아니라 대만, 필리핀, 중국, 일본 등에서 자란다.

 

누리장나무는 대체로 산의 양지바른 곳이나 임연부에서 볼 수가 있으며 봄에서 여름철에 한창 자랄 때 줄기에서 누린내가 나고, 나뭇잎을 잘라보면 육고기에서 나는 누린내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누린내나무에서 누리장나무로 변화된 것으로 본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누린내나무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잎은 타원형이며 오동나무 잎처럼 크지는 않지만, 쪽동백이나 생강나무처럼 손바닥만 하게 큰 편이어서 냄새오동(臭梧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꽃은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피는데 흰색 꽃 바탕에 연붉은색인 데다가 꽃수술이 튀어나와 쉽게 눈에 띄며 가까이 대고 꽃향기를 맡아보면 향긋한 백합 향과 비슷하다.

 

 

이렇게 하절기까지는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푸대접을 받던 누리장나무가 가을철인 10월이 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이유는 식물의 꽃봉오리 기저나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총포라고 하는데 누리장나무가 꽃이 피고 씨가 맺을 때 총포가 붉은색 꽃잎처럼 뒤로 젖혀지면서 지름이 0.5~6cm 되는 새까만 열매가 눈이 부실 듯이 빛난다. 그러니 그 보석 열매를 보지 않고 어찌 사람들이 그냥 지나갈 수가 있다는 말인가.

 

누리장나무 열매는 11월 늦게까지 달려 있으며 주로 신경계와 순환계 질환인 감창, 건위, 고혈압, 중풍, 창종, 피부염 등의 약제로 사용된다.

 

안양의 비봉산에서는 비산동 삼성래미안아파트에서 비봉산으로 올라가다가 중간에 마실길과 만나게 되는데 거기서 좌측으로 7-80m 내려가다가 우측을 보면 2-3m 크기의 누리장나무를 만날 수 있고, 좀 더 내려가서 집 한 채가 왼쪽으로 나오고 오른쪽을 보면 1m 남짓 되는 누리장나무들이 보인다. 또한 래미안에서 비봉산 정상을 가다가 마실길을 만나서 좌·우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을 하여 200m 산길을 올라가면 여름철이면 등산객들이 쉴 수 있는 큰 바위가 나온다. 그 바위 가기 전에 좌·우측으로 누리장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꽃도 없고 열매도 다 떨어져 볼품이 없지만, 내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때 비봉산을 찾게 된다면 꼭 누리장나무를 찾았으면 싶다.

 

  상기 이 사진만 10월 29일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에서 찍은 사진이고 나머지는 안양 비봉산에서 촬영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