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조석으로는 겨울 느낌을 가졌었는데 도로 날씨가 푹해졌다.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도 지난 지가 한참이 되었고, 12월 중순이면 추울 때도 되었다고 보는데 요즘에 별로 춥지 않아서 우리 집 뒷동산인 비봉산에 가서 주로 마실길을 걷다가 오늘은 만안구청에 볼일이 있어서 구청까지 걸어갔다가 학의천 입구까지 왔는데도 5천 보 밖에 되지 않아 학의천 도보 길로 방향을 바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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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천 길을 걸으면서 계절적으로는 가을이 끝났는데도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버드나무와 찔레나무는 겨울이 오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아직도 시퍼렇게 잎새를 유지한 채 버티고 있고 갈대도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잘 견디고 있는데 반해 억새는 계절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꽃차례가 바람에 많이 날라가서 어떤 것들은 볼품없어 보이기도 했다. 버들강아지는 더 이상 봄을 기다릴 수가 없었는지 강아지 눈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세월이 가고 계절이 바뀌다 보니 식물들도 정신없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생활을 못하고 있고, 식물들은 거꾸로 계절이 가서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두 제자리를 찾아갈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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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을 건너 지난번에 보았던 산국과 구절초는 잘 있는가 둘러보았더니 구절초는 내년을 기약하고 생을 마감하고 있었고, 산국은 잎이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긴 했어도 아직도 꽃은 싱싱했다. 학의천을 벗어나 안양천으로 걷기 시작하니 감국이 노랗게 언덕을 뒤덮고 있었다. 날씨가 지난번보다 따뜻해서인지 더 싱싱하고 꽃도 더 많이 피어 있어 보였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안양천의 감국꽃과 학의천의 산국꽃의 향연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조금도 싫다는 내색 없이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지금까지 똑 같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보았어도 더 좀 보고 싶다면 그게 지나친 나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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