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절기상으로 분명히 겨울철이다. 그런데도 학의천을 걷다 보면 갈대와 억새뿐만 아니라 달뿌리풀이 물 내려가는 하천가부터 시작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옆에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억새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면 옆에 있는 갈대가 자기하고도 얘기하자고 잡아당긴다. 그러자 가장 물가에 가까이 있던 달뿌리풀이 큰 소리로 나 좀 보고 가라고 소리친다. 이렇게 가을을 대표하는 갈대와 억새는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는데도 학의천 길을 걷는 사람을 설레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편안하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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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갈대와 억새, 그리고 갈대와 비슷한 달뿌리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 셋은 원래 다정한 친구였고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났다. 긴 팔로 춤을 추며 가다 보니 산마루에 도착하였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갈대와 달뿌리풀은 서 있기가 어려웠지만, 억새는 잎이 뿌리 쪽으로 나 있어서 견딜만 했다. 억새는 시원하고 경치가 좋다면서 여기서 산다고 하니 갈대와 달뿌리풀은 추워서 산이 싫다면서 억새하고 헤어져 산 아래로 내려가다가 개울을 만나 때맞춰 달이 떠 냇물에 비치는 달 모습에 반한 달뿌리풀이 여기서 산다고 하여 그곳에 뿌리를 내렸고, 갈대가 보니깐 개울가에 둘이 같이 살기엔 너무 좁아 달뿌리풀과 헤어져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앞이 바다로 막혔다. 그래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바다가 보이는 강가에서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억새는 주로 산에서, 갈대는 강에서, 달뿌리풀은 하천 상류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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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Miscanthus)는 볏과 식물로서 여러해살이풀이다. 원래 산에서 자라지만 개천가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란다. 키는 대체로 40-80cm 안팎이며 꽃차례가 날씬하여 쉽게 찾을 수 있다. 산에서 자라는 억새와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와는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줄기와 잎이 마르게 되면 억새는 흰색으로 변하는 반면, 물억새는 적갈색으로 변한다. 잎을 보면 잎이 좁고 길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어 취급 시 손을 베이기도 한다. 또한 공통적으로 잎 중간에 흰색의 선이 도드라져 갈대와 달뿌리풀과는 쉽게 구별된다. 마지막으로 줄기는 녹색이고 잎집으로 덮여 있으며 줄기 속은 비어 있지 않고 꽉 차 있다. 약용으로서 부인과 질환, 호흡기, 감기, 이뇨 등의 약제로 사용한다.
억새는 쉽게 구분할 수 있어도 갈대(Phragmites communis)와 달뿌리풀(Runner reed)은 꽃대가 금방 나올 때는 구분이 가능한데 꽃대가 나온 후 꽃이 활짝 피게 되면 꽃차례가 두루뭉술해지고 키도 1.5-3m로 엇비슷하여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럴 때 첫째, 줄기를 보면 갈대는 녹색이고, 달뿌리풀은 자주색이며, 줄기 속은 둘 다 비어 있다. 둘째, 뿌리는 갈대가 땅속으로 뻗어 나가는 반면, 달뿌리풀은 땅 위로 뻗는다. 셋째, 갈대는 진흙땅에서 자라고 달뿌리풀은 모래땅에서 잘 자란다. 넷째, 갈대는 잎혀 부분에 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으나 달뿌리풀은 없다. 다섯째, 달뿌리풀은 줄기의 마디가 잎으로 덮여 있어 잘 보이지 않으나 갈대는 그렇지 않다. 여섯째 달뿌리풀은 잎이 총총하지만, 갈대는 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갈대가 약용으로는 구토, 설사, 식중독, 위경련, 토혈, 폐결핵 등의 약제로 사용되고, 달뿌리풀은 감기, 이뇨, 중독, 대하증, 구토, 소염, 자양, 홍역 등의 약제로 쓴다.
가을이 끝나고 계절이 바뀐 초겨을이기는 해도 집 가까운 천변에 가서 갈대와 억새밭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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