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풀 이야기

안양 비봉산의 참나무 6형제 이야기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2. 7. 11:31

 

요즘 우리 집 뒷동산인 비봉산을 올라가다 보면 올라가는 길만 낙엽이 없고 사방이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있다.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이 되면 고운 단풍으로 눈을 호강시켜주던 뒷동산의 활엽수들이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내년의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비축하기 위하여 잎새를 스스로 다 떨어뜨려 거름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올라가는 내내 나무와 나뭇가지 사이가 휑하여 전에 보지 못한 숲 속을 멀리까지 들여다볼 수가 있고, 하늘도 올려다볼 수 있다.

 

비봉산은 활엽수가 90% 이상 되지 않을까 싶다. 그중에서 산 초입과 중간에서 볼 수 있는 아까시와 오리나무를 제외하면 참나무가 적어도 70%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비봉산은 어디를 가든 흔하게 참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봉산 참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참나무(Oak,학명:Quercus)는 참나뭇과 참나무속의 낙엽·상록 교목으로 키는 20-25m 자라며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분포한다. 참나무를 광의(廣義)로 해석하면 떡갈, 신갈, 갈참, 상수리, 굴참, 졸참나무뿐만 아니라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가시나무까지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는 다 포함시킬 수 있으며, 협의(狹義)로 표현하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만을 얘기하기도 한다. 용재(用材)로는 나무의 질이 단단하여 건축, 가구재, 숯의 재료, 표고버섯 재배목으로 이용되고 있고, 특히 굴참나무 수피는 코르크층이 잘 발달하여 코르크 재료로 사용한다. 열매는 동물들의 먹이뿐만 아니라 도토리묵으로 식용하고 있고, 약용으로는 수렴제, 지혈제, 지사제 및 장과 위의 기능 개선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많다는 참나무의 종류를 알아보자.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가시나무와 떡 갈참· 졸 갈참· 청 갈참 등 잡종 등을 제외하고 크게 나눠 잎새가 큰 순서로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 여섯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떡갈나무(Quercus dentata)는 참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크다. 거꿀달걀모양으로 잎끝도 뭉툭하고 귀밑도 둔하다. 입자루가 없고 잎 가장자리에는 물결처럼 큰 톱니가 나 있으며 큰 잎은 42cm까지 된다. 잎 뒷면에는 솜털이 촘촘하여 촉감이 까칠까칠하게 느껴진다. 떡을 찔 때 사이사이에 넣어서 달라붙는 것을 막고, 잎 향기가 떡에 스며들게 하였다고 하여 떡갈나무라고 불리어졌다고 한다. 열매는 매년 결실을 맺는다. 냉장고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려면 떡갈나무 잎을 갖다 놓으면 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하며, 옛날에 어른들이 요즘처럼 김치냉장고가 있을 때가 아니니 김장을 하여 장독에 담아 땅에 묻었는데 장독에 김치를 담기 전에 떡갈나무 잎을 바닥에 깔고 김치를 보관하면 덜 신다고 하여 오랜 경험에 의한 지혜를 배우기도 했다.

 

둘째 이야기로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는 다른 참나무에 비해 사는 조건이 많이 열악하다. 산 능선이나 정상 부분에 주로 많이 살고 있어서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어도 바람이나 추위는 다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고달프다. 산 정상에 서 있는 신갈나무를 보면 이리저리 치여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많지만, 좋은 조건을 만나면 두 아름의 둘레에 30m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신갈나무는 봄에 연초록의 새잎이 나올 때 보면 반들반들하고 신선하다고 하여 신갈이라고 쓰기도 하고, 또한 신발 깔판으로 사용했다고 하여 신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신갈잎은 20cm 이상 큰 잎도 있고, 입 자루는 없고 잎 가장자리에는 크고 날카로워 보이는 톱니가 있으며 잎끝은 뾰족한 편이다. 열매는 개화 당년에 맺는다.

 

참나무 중에서 잎이 큰 참나무가 떡갈, 신갈, 갈참나무인데 떡갈과 신갈나무는 입 자루가 거의 없다시피 한 반면, 갈참나무(Quercus aliena)는 입 자루가 눈에 띄게 나타나서 잎이 큰 참나무 중에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직경이 1m에 크기가 25m까지 자라는 갈참나무는 잎 모양이 타원형이고, 짙은 녹색 바탕에 가장자리로 뾰족한 톱니가 있다. 잎 길이는 5-30cm이며 잎 뒷면에는 잔털이 나 있어 회백색을 띠고 있다.

 

 

 

지금부터는 참나무 중에서 잎이 작은 참나무로써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및 졸참나무에 대해 얘기하여 보자. 상수리나무(Quercus acutissma)는 지름이 1m에 높이가 20-25m 정도 자라고, 잎 자루는 1-3cm에 잎은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고, 톱니 끝으로 가시가 있다. 밤나무 잎과 비슷하지만 길이가 작다. 잎의 색깔은 연녹색이고 잎 앞·뒷면의 차이가 없다. 상수리와 얽힌 얘기를 해보면 임진왜란 때 선조임금이 의주로 피난 가서 도토리묵에 맛 들여 환궁 후에도 가끔 수라상에 올렸는데 수라상에 올리는 것을 상수라고 했다가 상수리가 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도토리의 한자 이름인 상실(橡實)에 조사 가 붙어 상실이로 했다가 상수리가 되었다는 설이 내려온다. 다음으로 굴참나무는 잎끝이 둥근 편이며 잎 앞면은 녹색이지만, 잎의 뒷면은 잔털이 있어 회백색으로 보인다. 잎으로 상수리와 구분하려면 잎의 뒷면이 연녹색이면 상수리이고, 회백색이면 굴참나무라고 보면 된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굴참나무는 약하게 있거나 거의 없으나 상수리와 마찬가지로 가시는 있다. 그리고 굴참의 수피는 코르크 층이 잘 발달되어 손톱으로 굴참나무의 껍질을 눌러보면 들어가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개화한 이듬해에 결실을 맺는 것은 상수리와 같다. 끝으로 졸참나무(Quercus serrata)는 직경 1m23m까지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참나무 중에서 가장 잎이 작고 열매도 가장 가늘고 뾰족하며 조그맣다. 잎의 가장자리로 톱니가 잎끝 방향으로 뻗쳤으며 톱니 위로 가시가 돋아나 있다. 특히 참나무 중에서 졸참나무의 도토리로 만든 묵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설명할 것은 수피와 열매로 구분하는 것인데 참나무의 껍질만 보고 모든 참나무를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도 껍질이 두꺼운 굴참나무와 상수리 정도는 알 수 있지만, 다른 수종은 면밀하게 봐야만 식별이 가능하다. 그리고 토로리로 식별하는 것은 각두(殼斗)가 붙어 있으면 식별하기가 그나마 낫지만, 알 도토리만 있을 때는 작고 뾰족한 졸참 도토리와 갸름한 갈참 도토리는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어도 나머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耳不如一見)” 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진을 보고 먼저 이해를 한 후, 여건이 되었을 때 실물을 보고 완전히 익히길 바란다.

 

 

비봉산은 295m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인데도 다양한 수종에 산책길과 마실길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안양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건강을 지켜주기도 한다. 비산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와는 비봉산이 붙어 있어서 후문을 나가면 바로 산이다. 산 초입에는 상수리나무가 자주 눈에 띄고 간간이 갈참나무가 보인다. 산 능선으로 올라서 왼쪽 능선 길을 따라 걸어 보면 양쪽으로 갈참과 상수리가 번갈아 보이다가 더 걸어 내려가면 큰 굴참나무도 보인다. 다시 그 길을 되돌아 나와 정수장 뒤쪽 길로 접어들면 왼쪽으로는 아름드리의 굴참, 신갈나무가 위엄을 뽐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작은 졸참나무가 보이기도 한다. 그 산책길을 따라 올라오면 상수리와 신갈나무가 번갈아 나오고 그 사이에 안 보이던 떡갈나무도 보이기 시작한다. 비봉산 마실길과 만나서 좌측으로 걸어보면 아름드리 갈참나무 숲이 한참을 이어진다. 그 숲이 하절기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산책하는데 맑은 공기를 제공하여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 길을 얼추 다 내려와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안양유원지가 나오는데 200m 정도에 굵은 졸참나무들이 많다. 더 올라가 사거리길에서 직진하면 유원지이고, 왼쪽으로 가면 항공관제탑과 망해암이 나온다. 거기서 대림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본다. 다시 유원지 사거리 능선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면 비봉산 정상인데 이 경사가 급한 산길을 따라가면서 보면 거의가 신갈나무가 많이 보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신갈나무가 작고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상에는 땅바닥에 깔려있는 나무가 다 신갈나무다. 정상에서 마실길 방향으로 내려가면 상수리와 수피가 두껍게 잘 발달된 굴참나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거기서 마실길 끝인 부대 앞으로 거의 다 나와서 왼쪽에 아름드리의 떡갈나무를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안양의 비봉산에는 참나무 6형제들이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오순도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