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대부도 해솔길을 가족과 같이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7. 5. 31. 02:10





대부도의 해솔길은 2년여 전에 마누라와 같이 걸었는데 이번에는 형제와 자매 부부들이 함께 와서 이 길을 걸었다. 그래서 오늘은 1박 2일 일정으로 대부도에 있는 구봉도에 갔다 온 얘기를 해볼까 한다.


오이도를 지나 시화방조제 위로 나있는 4차선 길을 달리다보면 양쪽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그렇지만 오른쪽은 서해 바다이고, 왼쪽은 바다를 막은 시화호이다. 시화방조제 길을 천천히 달리다가 길가로 차를 대놓고 바다 바람을 쏘이면 그동안 집에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둑 밑 물가로는 많은 낚시꾼들이 앉을 자리가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저렇게 땡볕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가끔씩이라도 고기가 나오는가 보다.


시화방조제 길은 편도로 12.6km이고, 1987년 4월에 착공하여 8년이 지난 1994년 1월에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어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육로가 생기게 되었다. 이 길이 생기기 전에는 매송, 비봉, 남양, 송산, 마도를 거쳐 대부도를 갔으니 당일치기는 어려웠다.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해도 우리 9남매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수십 명이 시화방조제가 없을 때 비봉, 남양, 송산으로 빙 돌아서 대부도를 가서 1박 2일을 했었다. 벌써 세월이 흘러 30년이 지나서 살아있는 형제들이 다시 이곳을 찾았다.


방조제 길 중간 쯤 가다가 우측으로 시화나래휴게소가 있다. 이 휴게소는 주말이나 휴일은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분주하다. 우리도 주차를 하려고 두 바퀴를 돌고나서야 간신히 자리가 나서 차를 세웠다. 차거운 커피 한 잔씩 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를 따라 걸어서 시화조력발전소 건물과 같이 있는 시화달전망대로 이동했다. 일반적인 조력발전소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게 되는데 시화호는 밀물일 때 낙차가 7.5m로 커서 전기를 생산하고, 썰물일 때는 시화호의 오염원을 배출하여 물을 순환시켜 시화호를 정화한다고 하며 시화조력발전소가 세계 최대규모의 조력발전소라고 한다. 여기에 25층 규모의 전망대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서 사방을 한 바퀴 돌아보면 바다 한 가운데로 나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시화방조제 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다.


점심 식사는 대부도에 가서 바지락칼국수로 했다. 대부도에 있는 식당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메뉴가 바지락칼국수이다. 칼국수도 7천원에서 1만2천원까지 있고, 우리 밀 칼국수가 있어서 식당을 잘 만나야 맛있는 칼국수와 보리밥까지 먹을 수 있다. 다행이 우리 일행이 들어간 데가 그런 집이어서 보리밥을 곁들여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다.


여장은 구봉도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화이트 아일랜드펜션’에 풀었다. 바닷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어도 우선 건물이 깨끗하고 특히 누님 가족들이 전에 한 번 왔다가 갔다고 해서 믿음이 갔다. 여장을 풀고서 차 운전 때문에 식사하면서도 반주를 못했던 것을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맥주와 막걸리로 우선 목을 축였다. 그리고서 음료수 한 병을 들고 해솔길을 걸으러 갔다.



구봉도 해솔길을 화이트 아일랜드펜션에서 걷는 다면 주차장을 거쳐 어촌체험장, 할배바위, 코끼리열차 종점, 개미허리, 전망대를 보고 다시 되돌아 나와 산길을 따라 걷다가 개미허리에서 바닷가 길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산길을 걸어 약수터를 경유하여 가파른 경사를 타고 솔밭정으로 내려와 주차장을 거쳐 화이트 아일랜드펜션까지 걸어오면 거의 6km 가까이 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너무 일찍 걷기 시작하여 전망대에 가서 낙조까지 보려면 오래도록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바로 되돌아 나와 갈 때는 바닷가 길로 가면서 주로 바다를 보며 걸었다면 올 때는 양쪽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걸으니 땀도 적당히 나는 것이 제대로 운동도 되었다. 이렇게 대부도의 구봉도까지 와서 해솔길을 형제들과 같이 걸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으로 본다.



저녁 식사는 들어올 때 음식 재료를 사갖고 와서 펜션에서 해먹기로 했다. 각자 분업해서 정성껏 준비한 식재료로 다들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고기도 굽고, 나물도 씻고, 밑반찬도 꺼내고, 식사 준비가 끝나갈 무렵 고기도 노릿노릿하게 잘 익었다. 우리는 다 함께 술을 따라서 건배를 했다. 이게 우리 형제·자매들끼리 야외에 나와서 얼마 만에 해보는 건배인지 기억에 가물거린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근사한 만찬이다. 맥주, 막걸리, 소주 등 갖고 온 술병을 얼추 다 비웠다. 아직 시간이 그리 많이 가지는 않았는지 바로 앞 논바닥에서 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이 마치 우리의 흥을 돋아서 반주를 맞춰주는 듯 했다. 밤하늘에 도회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름다운 밤이다. 이렇게 구봉도의 밤은 깜빡거리는 저 별들과 같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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