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서울둘레길 2코스 중 망우리에서 광나루역까지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7. 4. 7. 22:32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좀 썰렁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가보니 화창한 봄 날씨에다가 기온도 적당해서 모처럼만에 나들이 하는데 기분을 더 좋게 했다.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는데도 집안에 손볼 일이 있어서 손보다 보니 서울둘레길 2코스가 시작하는 화랑대역에서 출발을 하지 못하고, 망우리공원묘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망우역에 내려서 버스로 환승하여 네댓 정거장을 타고 가서 딸기원이나 교문사거리에서 내려야 망우리공원묘지 가기가 좋은데 그만 내리지 못하고 한양대병원에 가서 내리다 보니 삼육중고교 옆으로 나 있는 언덕길을 타고 망우리공동묘지 쪽으로 올라갔는데 초행길이다 보니 막다른 길을 만나 되돌아 나오기도 했다. 다시 길머리를 잡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 올라가니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오고 마침 쉬는 벤치가 있어 물도 마시며 쉬면서 지나가는 행인한테 공원묘지 초입이 여기서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한참 가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망우리 공동묘지는 지난 걸로 알고 산과 들에 핀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등 봄꽃을 구경하고 가다보니 잘 가꾸어진 묘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의 묘다. 우두를 보급하여 천연두를 막아낸 ‘지석영’선생을 시작으로 아동문학가로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를 위해서 일을 하다가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던 ‘소파 방정환’선생, 스님이면서 독립운동을 하시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을 낸 ‘만해 한용운’선생, 2대 국회의장을 역임하고, 1952년과 56년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한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을 당했던 ‘조봉암’선생 등 낮 익은 이름도 있었다.


망우리 공동묘지를 지나 천천히 약 30분 걸었나싶더니 570계단을 힘겹게 올라야 하는 일명 깔딱고개가 나오고, 우측으로 나있는 사잇길로 내려가면 사거정역이 있다. 긴 계단을 올라서면 헬기장 삼거리여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용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게 되면 아차산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아차산4보루, 3보루, 2보루, 1보루를 거쳐 해맞이광장이 나오는데 한강이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좌측으로 구리, 멀리로는 하남까지 조망할 수가 있다. 소나무가 많은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면 아차산성 쪽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로 접어들어 2-30분 쯤 내려오면 관리사무소와 생태공원이 있다. 아차산성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여 지난번에 올라올 때 힘들다는 생각을 해서 이번에는 내려갈 때 중간에 나있는 사잇길로 빠져 내려오니 한결 나았다.


생태공원에는 홍매화, 목련, 개나리, 매화, 진달래 등 봄꽃들이 환하게 피어서 오가는 이를 반겨주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물위로 인어공주 조각상이 있고, 연못을 가로질러 건너가면 차로와 맞닿는다. 공원길을 따라 걸어서 광나루역까지는 채 10분이 안 걸렸다.


구리 한양대 병원에서 출발하여 광나루역까지는 마누라와 점심도 먹고 쉬면서 천천히 걸은 이유도 있지만, 지난 1월부터 헬스크럽에 나가서 운동한답시고 산행을 하지 않아서인지 5시간 가까이 걸렸다. 원래 서울둘레길 2코스인 화랑대역에서 출발하여 광나루역까지 다 걸어도 성인이 5시간에서 6시간 걸린다고 하던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꽤 걸린 편이다.


꽃피고 새우는 좋은 계절에 갑자기 집을 나서 망우리공동묘지에 가서는 흘러간 세월의 무게와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고,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산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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