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시흥 갯골생태공원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0. 20. 23:54

시흥에 있는 갯골생태공원은 바로 지척에 있는데도 가볼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가 갔다 오고서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하길래 오늘은 아침을 느지막하게 먹고 집을 나섰다. 갯골공원까지는 차로 집에서 출발하여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갯골공원은 시흥시 거의 중심지 한복판에 있어 보인다. 옛날에 신천리에 있던 도회지 중심권이 지금은 워낙 넓게 퍼져서 갯골공원을 가운데에 두고 그 주위로 도회지가 형성되어 있다. 바다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긴 수로를 타고 바닷물이 시내 깊숙이까지 지금도 들어 와 오래전에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 터를 잘 복원하여 물을 가두고 지금도 소금을 생산할 수 있게 학습체험장으로 운영하는 듯 보였다. 그뿐이겠는가. 크고 작은 물길에는 여러 종류의 철새가 물이 빠졌는데도 떠나지 않고 있어 가까이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었고, 갯벌에는 이름 모를 많은 게들이 이 구멍 저 구멍으로 바쁘게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그곳을 한 바퀴 돌아서 나오면 군데군데 쉬면서 싸 갖고 간 음식을 먹을 수 있게끔 의자와 식탁 등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또한 비가 올 때나 햇볕이 강할 때는 비도 피하고 햇볕도 피할 수 있는 정자도 여러 군데 설치해 놓아서 쉬엄쉬엄 둘러보기에 너무도 좋다. 우리도 사람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옆 빈의자에 앉아 싸간 과일과 찐 고구마로 입맛을 다셨다. 한참을 쉬다가 다시 일어나 걸었다. 볼거리는 길 따라 걷다 보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늪지에서는 갈대와 억새들이 한가을의 정취를 잘 나타내주고 있고, 평지를 걸을 때는 흙길이고 꽃밭이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로 가던 길을 자주 멈추게 한다. 22m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전망대 자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아 어지럽다는 사람도 있지만, 허허벌판의 먼 데까지 사방을 둘러보며 내려다볼 수 있어서 올라가 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감정을 갖고 내려온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양쪽으로 굵은 벚나무가 도열하고 있는 흙길을 걸으면 괜히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어깨가 절로 펴진다. 벚나무 사잇길 옆으로는 뮬리(분홍억새;분홍쥐꼬리새) 밭이 길게 이어지는데 마치 갓 시집온 새색시가 분홍치마를 입고 걷는 듯 실바람에 하늘거린다. 언제 본 것도 아닌데 참, 다정다감하게 느껴진다. 그 옆으로는 실개천이 흐르는데 분홍뮬러를 보호도 해주고 사람들의 왕래가 뜸할 때는 심심하지 않게 말동무라도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곳을 지나 조그만 다리를 하나 건너 둑방 길에 접어들자 우측으로 논밭에서는 농부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서로 부딪칠 정도의 소로인데도 가끔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나가 도보 여행자들을 놀라게 한다. 우리가 걷는 길섶으로는 가을꽃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란 들국화를 시작으로 암그령, 개솔새, 가막살이, 수크령, 실새풀,개똥쑥, 가막살이, 김의털, 기름새, 우산잔디, 고들빼기 등이 보이고 더러는 족제비싸리와 뽕나무도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풀과 나무 구경을 하면서 걷던 길은 해수가 더 이상 뭍으로 못 올라오게 한 관문에 가서 멈추었다.

 

 

 

 

한참을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건너갔던 다리를 건너오면 생태공원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붉은 댑싸리 밭이 장관을 이룬다. 붉은 댑싸리 밭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 머리를 돌리면 망둥이석상이 눈길을 끌게 한다. 석상을 보러 가니 보라색의 한라부추가 만발하여 자기 먼저 보고 가라고 옷소매를 붙잡는다. 골파 꽃송이와 비슷한 모양새인데 골파꽃 색깔은 흰색이지만 한라부추는 강한 보라색이어서 구별이 쉽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어디를 갈 입장도 못 되고, 그렇다고 무작정 집에서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시흥에 있는 갯골생태공원을 갔다 오는 것도 코로나를 이기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