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춘천풍물시장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9. 11. 29. 01:23





요즘 들어 일교차가 심하다. 새벽으로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동해안쪽으로는 눈이 30cm가 쌓일 정도로 가을과 겨울이 동거한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어가는 늦가을 끝자락에 찾은 춘천은 스산했다.

 

집에서 원체 늦게 출발해서인지 춘천역에 내리고 보니 오후 3시 반이 다 된 시간이었다. 지난봄에 춘천을 들렀을 때는 소양강에 가서 배를 타고 청평사를 들렀다나와 바로 전망대 쪽으로 가서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차를 마셨기 때문에 춘천역이나 남춘천역 쪽으로는 들리지 않아서 오래도록 호반의 도시 춘천이라는 이미지가 마음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가 이번에 와보니 너무 썰렁하여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8,9년 전에 한 겨울에 고등학교친구와 같이 와서 공지천을 가서 걸으며 호수 얼음 위에 숨구멍이 있는 곳에 겨울철새들이 몰려 있던 저산 너머로 겨울의 짧은 해가 떨어지는 멋진 석양도 보고, 역 앞으로 나있는 큰길을 따라 시내로 들어가다보면 식당들이 죽 있어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은 후 늦게 전철을 타고 상경했던 일이 어제께 같은데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춘천역을 빠져 나가서 시내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오래전만 생각하고 가다가 보면 뭔가가 됐던 요기할 때가 있겠지 하고 걸었지만 좀처럼 허기를 달래줄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온 길을 되돌아 나왔다. 얼마 전 계획했던 것은 춘천에 전철을 타고 가서 신북의 월드온천에 가서 온천욕도 하고 풍물시장에 가서 필요한 것도 사고 닭갈비와 막국수도 먹고 와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동생과의 점심식사 약속이 급한 일이 발생하여 갑자기 취소되어 나갔다가 내친 김에 방향을 바꿔 춘천을 가게된 것이어서 계획도 부족했고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춘천의 가볼만한 여러 곳중에 가보지 않은 곳을 택하여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여행이 되고 인상에 남을 곳을 생각하니 남춘천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풍물시장이었다.


11월 말의 하루해는 너무 짧았다. 더구나 강원도의 춘천은 더 그랬다. 남춘천역 근처에 있는 풍물시장 입구에 도착할 때는 해가 서산에 걸쳐있었고, 오늘이 춘천장날인데도 벌써 벌려놓은 상품들을 주섬주섬 담는 상인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을 보니 파장이 다 되어 가는 듯 했다. 풍물시장은 남춘천역에서 춘천역으로 가는 철도교각 밑으로 길게 이어졌다. 길바닥 난전 옆으로는 같은 모양으로 크지 않은 상품점포들 속에 간간히 식당들이 섞여 있어 급한 대로 요기를 할 수 있었다. 같아 보이면서도 비슷한 시장안 건물들이 길게 늘어져있는데도 시장을 처음 찾는 사람의 눈에 조금도 거슬러 보이지 않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말이 풍물시장이지 일반 농산물부터 기계 공구까지 있을 건 다 있었다. 그런데도 풍물시장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고 마음에만 담아놓아야 했다. 그 이유는 풍물시장에 와서 사진 몇 장 찍지 않았는데 밧데리가 나가서 춘천여행도 여행이지만, 집과 지인들의 전화를 못 받아 경찰에 신고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여행을 하면 오늘처럼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춘천여행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여태껏 뜸만 들이다가 얼떨결에 춘천을 갔다 왔으니 가지 않았던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잘 된 여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여행이라고 말할 수는 더 더욱 없다. 앞으로도 여행은 계속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