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박한 온천여행, 온양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9. 11. 20. 03:39



오늘이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오늘 온양으로 온천여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어제 대전의 을지대병원에 초등친구가 며칠 전 많이 다쳐 입원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내려갔다가 저녁에 올라오는 바람에 고단해서 다음으로 미루려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함이 풀려서 아침을 느지감치 먹고 집을 나섰다.

 

10여 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얼마 안 되어 많은 어르신네들이 무료전철을 타고 온양에 가서 온천욕도 하고 시장에 가서 밥 한 그릇 사먹고 시장구경하다가 저녁에 올라온다고 하는 얘기에 크게 공감은 하지 않으면서도 나도 때가 되면 한 번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동안 못 다한 국내외 여행도 여러 번 다녔고, 100대 명산을 거의 다 가볼 정도로 많은 산을 가기도 했으며 운동도 하루 중 절반을 연습장에서 보낼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즐겨 간다는 ‘동전노래방’에 가서 올드 팝송이긴 해도 7,80년대에 많이 불렀던 ‘Top of the world', Yesterday once more', 'evergreen', 'Can't help falling in love'등을 부르며 잘 접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온양을 못 갔다. 전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무임승차카드가 나온 지가 한참이 되어 70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작고 소박한 꿈인 온양온천여행을 못하다가 4반세기 만에 오늘 이루게 되었다.

 

그러면 온양온천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나라 온천중에 가장 오래 된 온천이며,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고려 말 이곳의 농부들이 풀을 뽑아 놓으면 저절로 마르고 겨울에 땅이 얼지 않아 땅을 파니까 더운 물이 솟아 나왔다고 한다. 현재 온양이라는 지명은 조선 때 붙여진 이름이고, 백제시대에는 탕정(湯井)이라 불렸고, 고려 때는 온수(溫水)라고 하였다고 한다. 수질은 알카리성이고 마니타온을 함유한 라듐온천으로 피부미용, 피부병, 위장병, 신경통, 빈혈, 부인병 등에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초에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세종과 세조가 온양에다 어실을 짓고 유숙할 정도로 검증되었던 유명한 온천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온은 섭씨 약 45도에다가 하루 용출량이 5,800톤이어서 온양의 모든 숙박시설과 온천탕에서 온천수를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다.


전국에 온천이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고 기존 온천시설의 낙후로 1990년대부터 온양온천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감소하다가 2008년 12월 수도권 광역전철의 일환으로 온양까지 전철이 들어오자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되어 하루에 온양온천을 찾는 관광객이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놀랄만한 변화가 아닌가.


나는 천안까지는 급행전철을 타고 가서 온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천안에서 신창으로 가는 전철을 환승해야 했다. 안양역에서 천안까지 약 1시간이 걸렸고, 천안에서 온양까지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온양온천역에 내리니 옛날에는 조그만 간이역처럼 작았는데 역사도 크고 역 앞 광장도 널찍했다. 오늘이 온양장날이라고 해서 일부러 장날 맞춰서 왔기 때문에 길 건너 시장으로 가서 우선 시장구경을 했다. 옛날의 재래식 시장에서 현대식 건물로 시장은 잘 지어놓았지만, 전에처럼 주변 농사꾼들이 직접 농산물을 갖다가 파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구경하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오려고 등산 가방을 둘러메고 갔는데 상품 값이 안양중앙시장보다 더 비싸서 아무 것도 살 수가 없었다. 점심 식사 때가 되어 올갱이국으로 먹을까 하다가 50여 년 전 충북 미원에서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니께서 장터 뒷골목에 있는 국밥집에 가서 ‘돼지국밥’을 사줘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기에 돼지국밥을 시켜서 먹었다. 옛날 그 맛은 아니더라도 돼지 고깃살도 듬뿍 들어갔고 적당하게 양념이 들어가선지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점심을 먹고도 시간이 많아서 시장을 다시 천천히 돌아봤는데 살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온천욕을 하러 온천탕을 찾았다. 온양을 간다고 하니까 마누라가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다시 지어 깨끗한 ‘신천탕’으로 가라고 하여 찾아보니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시장에서 나와 큰길 쪽으로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은데 들어가니까 목욕탕은 깨끗하면서도 널찍했다. 그런데다가 목욕비가 7천원인데 경로할인을 받아 5천원이었다. 온양까지 오는 전철요금도 돈을 내지 않고 왔는데 목욕요금까지 깎아주니 나이 먹은 것이 벼슬한 것도 아닌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신천탕에는 시설이 잘 되어 있어 탕도 열탕, 고온탕, 온탕, 냉탕 등에다 사우나시설이 두 개가 있고, 폭포수가 3기가 있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시간 반을 탕에서 보내고 나왔다. 아주 오랜만에 온천욕을 해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마누라 말 들어 온양의 신천탕에 오기를 잘한 것 같다.


목욕탕에서 나가 다시 시장으로 갔다. 온양까지 왔다가 빈손으로 그냥 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떡을 사갖고 갈까하다가 떡보다는 빵이 낫겠다 싶어 따끈 따근한 찐빵을 사서 가방에 넣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온양에 가서 목욕하고 밥 먹고 ‘만원의 행복’을 느끼고 왔다고 하는데 나는 나이 먹어 이십여 년 만에 온양을 찾으면서 전철 공짜에다 목욕비 할인까지 오늘처럼 이렇게 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국가와 지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덕분에 편안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온양온천여행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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