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군 적상면에 있는 적상산은 높이가 1034m 되는 높은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4번째 높은 1614m의 덕유산 향적봉에서 북서쪽으로 약 10km 지점에 있어 덕유산 국립공원에 편입되어 있지만, 적상산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여러 높은 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과 특수한 면을 갖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무려 3시간 이상을 달려서 적상산 들어가는 입구에 접어드니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 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줬다. 버스 앞부분에 탄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와아, 곱다!”라고 함성을 질러댈 정도로 고운 단풍이었다. 이런 단풍 길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며 이어졌다가 끊어졌다를 반복하며 산 7,8부 능선까지 길게 이어졌다. 적상산은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아서 가을철이면 온산이 빨간 치마를 입은 것 마냥 단풍이 물든다고 하여 붉을 적, 치마 상 자(字)를 써서 적상(赤裳)산이라고 불리어졌다고 한다.
적상산에는 곱게 물든 단풍 말고도 몇 가지 독특한 면이 있다. 우선 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인데도 정상까지 관광버스가 다닐 정도로 도로가 잘 나있다는 것이다. 등산객들한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나이가 들은 일반관광객들한테는 대단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구불구불한 길이기는 해도 포장길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다보면 정상 주위가 사람이 일부러 깎아 세운 것처럼 보이는 암벽이 길게 둘러싸여있는데 이를 치마바위라고 부른다. 여기를 지나 평평한 정상에 오르면 백두산 천지처럼 적상호라는 산정호수를 만나게 된다. 이 저수지(상부댐)에 있는 이 물은 무주호에서 전기를 만들 때 산 밑에 있는 무주호(하부댐)와의 수압조절을 이 전망대의 기계실에서 조정하여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하루 생산량이 무주읍민이 하루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전망대에 올라서 주위를 살펴보면 모처럼의 시원하고도 확 트인 산 속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산 밑으로 큰 저수지인 무주호가 보이고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덕유산 향적봉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적상산저수지 저 너머로는 1614년 조선 광해군 6년에 건립하여 선조실록부터 보관한 적상산사고(史庫)가 있다. 적상산사고는 우리나라의 5대사고(춘추관, 강화 마니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등) 중의 하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저수지 주위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서 적상산사고에 들르니 그 안에는 왕실족보 및 왕조실록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적상산사고 옆으로 길을 따라 20분 걸어 올라가면 안국사, 호국사가 있고 8km가 넘는 적상산성이 있다.
적상산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머루와인 체험하는 동굴을 들렀다. 입장료는 2천원인데 크게 자랑할 만한 구경거리는 없었고, 와인 3종류를 맛만 시늉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안쪽 끝에 있는 머루와인 족욕장은 문을 닫고 열지 않았다.
우리는 무주구천동으로 이동하여 식당들이 즐비한 한 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는 비빔밥이었는데 지난 주 운주면의 대둔산에 가서 먹은 비빔밥에 비해 기본반찬도 여럿에다가 비빔밥의 나물도 풍부했고, 된장국 맛도 그런대로 좋아서 한 끼의 식사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점심식사 후 마누라와 함께 구천동33경 탐방 길에 나섰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이 33경 중간 조금 안된 곳이어서 개천을 따라 얼마 안 걸어 탐방지원센타 정문이 나와서 왼쪽의 널찍한 산책로로 걸을지 아니면 오른쪽의 구천동자연관찰로로 걸을지 결정해야 했다. 나는 왼쪽 길을 택해서 걷기 시작했다. 계곡이 오른쪽으로 펼쳐지며 물소리가 잠시도 쉬지 않고 들려왔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도로 양쪽으로 미끈하게 생긴 전나무인지 삼나무인지 확실치 않으나 도열하고 있다가 우리가 지나가니 솔향기를 내품어 걷는 사람의 기분을 북돋아준다. 약간의 오르막이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걷는데도 날씨가 푹해서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33경중의 15경인 ‘월하탄전망대’가 나왔다. 계곡 저 밑으로 작은 폭포가 내려다 보였다. 큰 바위 위에서 크고 작은 몇 가닥의 물줄기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시 걸어 올라가면 구천동수호비가 나오고 16경인 인월담 다리가 나오는데 우리는 여기서 다리를 건너 어사길 오솔로를 따라 올라온 반대편 길로 내려가야 했다. 관광버스가 있는 삼공주차장까지 가이드선생이 오후 3시 반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했으니 아쉽지만 여기서 접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내려오는 길은 산 쪽으로 붙어 있어 낙엽이 싸인 오솔길이었다. 좀 걸어 내려오다 보니 자연생태지가 나왔는데 그곳은 습지이고 물이 고여 있어서 데크길을 만들어 탐방자들의 불편을 해소했다. 구천동 어사길이라는 아치문을 나오면 반대편에서 오는 길과 만나서 같이 걷게 된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렇게 관광버스 3대를 나눠 타고 여행을 와서 무주구천동탐방로를 맛만 보고 가게 되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도 짙은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본다. 무주구천동여행은 이번이 네 번째 여행이다. 오래 전이기는 해도 무주리조트에서 수백 명의 직원이 같이 와서 단합대회를 하기도 했고, 여름휴가 때 형님내외분을 모시고 왔는가 하면 마누라하고 남도여행을 갔다가 오는 길에 들렀다 간 기억도 있다. 이렇게 여러 번을 왔다갔는데도 무주구천동 33경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설천봉을 경유하여 향적봉까지는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설천봉에서 곤드라를 타고 내려온 기억이 있다. 따뜻한 봄이 되어 이만큼 근력이 있을 때 꼭 이번에 걸었던 구천동33경 길을 다 걷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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