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전날은 가을비가 하루 종일 내렸는데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화요일은 날씨가 서늘한 것 말고는 너무도 좋아서 강화도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강화도 여행은 대충 기억나는 것만도 열 번이 넘을 정도로 많이 갔었다. 강화도 서편에 있는 석모도의 보문사를 올해만 해도 무려 세 번이나 갔다 오기도 했으니 강화도 사랑은 내 고향도 아닌데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강화도 여행을 그렇게 여러 번 갔다 왔는데도 이번 여행을 통하여 처음 가보는 곳도 세 곳이나 되었다. 그러고 보면 강화도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찾아가고 또 찾아가도 둘러볼 데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은 갔던 곳 말고 처음 가본 곳을 위주로 하여 여행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강화도에는 ‘아프리카 돼지열사병’ 때문에 강화대교를 나가고 들어오는 차량에 대한 자동으로 방제소독을 하고 있었다. 거기를 통과하여 강화도 읍내를 지나 북동방향으로 약 20여 분 거리를 달려와 해병대 검문소에서 간단하게 검문절차를 마치고 얼마 가지 않아 가파른 고개 길을 올라서면 전망대주차장이 나오고 차에서 내려 6-7분 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망루처럼 보이는 평화전망대가 나온다. 강화도 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어 유관으로 북한주민들이 농사짓는 모습이라든가 주택, 학교, 선전용위장마을 등을 실제로 다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통선지역이어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다. 실향민들이 북한을 보고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을 들러 내려오다 보면 ‘공산당(빨갱이)을 제압한다.’는 의미로 제적봉이라고 하는 커다란 비석이 북한과의 긴장된 대치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지난달에 연천시티투어를 가서 25사단 상승전망대에 가서 철책선을 보고 제1땅굴을 실제로 봤지만 저기가 북한 땅이라고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강화도의 평화전망대에 와서는 강 건너로 보이는 북한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가 있어서 실감이 난다.
평화전망대는 양사면 철산리 산 6-1번지에 2008년에 개관하였다. 전망대에서 2.3km 해안가 너머에 개풍군과 배천군 사이를 흐르는 예성강을 볼 수가 있고, 직선거리로 15km 정도에 개성공단이 있는 개성시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송악산이 있다. 개성에는 10여 년 전에 직접 가서 시내와 선죽교, 박연폭포를 실제로 구경한 적이 있어서 크게 낯선 곳은 아니다. 좌측으로 눈을 돌려보면 연백평야가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화도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거리는 1.8km 떨어진 해창포이다. 강화도의 평화전망대는 강화도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는데 이번 여행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우리가 돌아보는 동안 일본인들 10여 명 하고 같이 다녔는데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꼭 가봐야 할 곳이 여기 평화전망대가 아닌가 싶다.
평화전망대를 뒤로 하고 다시 시내로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긴 성공회성당을 탐방하였다. 사적 424호로서 고요한(로프) 초대주교가 1900년도에 축성한 정통한옥성당으로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교회이다. 백두산에서 적송을 채취해 압록강과 서해바다를 이용해 운송하여 대들보를 올리고 장방형 구조로 뼈대를 잡았다. 전체적인 건물양식은 한국전통양식이지만, 내부구조는 서양 바실리카양식으로 조화를 이뤘다. 멀리서 보면 사찰로 착각할 정도로 눈에 확 들어온다.
성공회 성당에서 내려오다 바로 왼쪽에 조선 25대 임금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용흥궁(龍興宮)’이 나온다. 용흥궁은 원래 철종임금이 어릴 때 살던 집을 왕이 되고나서 강화유수 정기세가 새로이 집을 짓고 용흥궁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헌종이 죽자 사도세자의 서자인 은언군의 후손으로 왕위를 잇게 되어 당시의 강화도에 유배되었던 은언군의 손자인 이원범을 왕위에 앉히고 계속 집권을 한 안동김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손도 없이 병사하였다. 일명 ‘강화도령’으로 더 잘 알려진 철종임금이 왕이 되기 전 살았던 집들을 돌아보며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왕의 책봉까지도 깊게 관여한 세도가 밑에서 제대로 왕 노릇도 한 번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종임금에 대한 인생무상을 새삼 느끼기에 충분했다.
점심은 시내로 들어와 동충하초와 노루궁뎅이 버섯 등 온갖 버섯이 다 들어간 사브사브 집에 가서 근사한 식사를 했다. 오늘 여행에 바쁜 일이 있어 참여도 하시지 않았는데 점심시간에 일부러 강화도까지 찾아와 우리의 점심식사비를 모두 내주신 김명남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점심을 먹고서는 강화도 서쪽에 있는 섬으로서 유서 깊은 고찰인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로 이동했다. 보문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리안온천에 가서 족욕을 할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넉넉지 않아 바로 광성보로 이동했다. 석모도의 보문사나 광성보에 갔다 온 얘기는 여러 번 써서 기록으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이번에 찍은 사진만 몇 장을 올려놓으려고 한다.(관련기록:‘초등친구들과 석모도를 가다’,‘강화도에 가서 처가단합대회를 하다’외 다수)
이번 우성회 가을여행을 강화도에 가서 가보지 않은 곳도 가보고, 맛있는 점심식사도 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다가 강화도를 나오면서 모든 참석회원들에게 강화도의 특산물인 호박고구마를 한 박스씩 사서 줘 집에까지 들고 오느라고 수고는 했어도 맛이 상당히 좋아서 먹을 때마다 강화도를 생각하게 하고, 우성회의 박상훈 회장님과 이재현 부회장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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