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신탄진을 거의 다 갈 무렵에야 그치는가 싶더니 계속 오락가락하다가 1차 여행지인 계족산 황톳길이 있는 장동 삼림욕장 입구에 가서야 그쳤다. 비가 종일 많이 올 거라고 해서 운동화 말고도 물에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더 준비하기도 했다. 지난 주 동백여행사를 통하여 완도 청산도를 갈 때에는 마누라와 같이 여행을 했었는데 이번 계족산 갈 때에는 아래아래 동생과 같이 세 명이 여행길에 나섰다. 계족산은 상당히 인기 있는 여행상품이어서 지난주에 가려고 시도하다가 만석이라고 해서 못 가고, 며칠 늦춰 가는데도 이번에도 만석이다.
서울 잠실에서 출발한 버스는 장동 삼림욕장 입구까지 두 시간 남짓 걸려서 도착했다. 비온 끝이라 산에 나무도 땅의 길도 모두 물기를 머금어서 요즘의 폭염날씨답지 않게 서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황톳길을 걷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시 대덕구 장동 산 59에 있는데 원래 자연적으로 있던 황톳길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던 임도에 조웅래 회장께서 2006년 전북 익산에서 양질의 황토를 가져와 황톳길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만든 것이 지금은 14.5km에 이른다. 이 길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년 6억 원의 유지보수비가 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아와 이 Healing road(치유의 길)를 걸으면서 심신 모두가 건강해지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런 사전에 준비도 없이 초보자가 14.5km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평지를 걸어도 세 시간 이상이 걸릴 시간인데 산길이고 경사가 있는데다가 황토라 질척질척하고 끈적끈적하여 상당히 미끄러워서 발짝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 체력과 여건에 맞게 걷고 나서 중간 중간에 발을 씻고 신발을 신고 일반도로를 걸을 수 있게끔 황톳길과 구분해 놓았다. 초보자는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입구에서 출발하여 물 놀이터를 지나 다목적광장과 숲속클레식공연이 열리는 힐링포인트까지 약 15분 정도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맨발걷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절고개 삼거리에서 원점 삼거리를 돌아 다시 장동 삼림욕장으로 돌아오는 14.5km 풀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걷기 전부터 비가 내려서 황토라 배수가 안 되고 물이 고여 있는데도 있고 이미 다져진 데를 지날 때는 발짝을 잘못 디디게 되면 20여cm까지 발이 쭉 미끄러지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에 시골에서 집을 짓고 벽을 만들 때 황토에 물을 붓고 반죽을 하여 볏짚을 듬성듬성 썰어서 넣고 발로 짓이겨진 흙을 뭉쳐 수수깡을 엮어서 만든 벽에다 흙을 붙여 벽을 만들어 집을 짓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계족산 황톳길을 걸으니 생각이 났다. 걷는 길옆으로는 키가 크고 미끈한 아름드리 낙엽송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양 발가락사이로 붉은 황토가 삐죽삐죽 올라와 이리저리 엉기며 자기 것이 더 크다고 우겨대는 듯 보였다. 나이들이 적은 나이가 아니어서 낙상을 조심하며 걷다보니 2km 가까이 가는데도 50분 정도 걸렸다. 발을 씻을 때 손으로 문질러도 황토라 잘 닦이지 않는다. 그래서 솔로 어느 정도 힘을 가해서 문질러줘야 좀 낫게 닦인다. 발바닥은 누렇게 물이 들어 며칠 걸려야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아우하고 나는 발을 씻고 황토길 옆으로 나있는 데크길을 따라 내려오니 주차장까지는 금방 내려왔다.
오늘은 여행사를 따라오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장소로 가야해서 계족산 황톳길을 맛만 보고 가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좀 더 걸어 올라가 계족산성에 올라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청댐의 푸른 물이 산속 계곡에 숨어 있다가 하나, 둘씩 아름다운 자태를 수줍어하면서도 다 보여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대청호수와의 상봉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2차 행선지로 떠나야 했다.
계족산에서 내려와 유성으로 이동해 노천 족욕탕에 가서 황톳길을 걷느라고 수고한 발의 피로를 풀었다. 유성은 온천지역으로 유명하여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끓기도 했지만, 세월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온천산업이 부침을 거듭하다가 지자체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서 전에 없던 노천탕을 만들어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봄에 석모도의 보문사를 초등동창들하고 갔다 오다가 족욕을 하고 온 적이 있는데 나이를 먹으면 온천이 좋은지 정해진 시간이 넘어도 물에서 나오지를 않아서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가자고 하며 간신히 데리고 나왔다.
여행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모르는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여행에 재미를 붙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고 듣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어서 어떤 여행이든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여행은 갔다 와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뿐더러 마음속에 오래 남지도 않는다. 동백여행사에서 내놓은 ‘계족산 황톳길’여행상품은 ‘맛기행’으로써 동백여행사에서 특별히 추천한 여러 여행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상품이 아닌가 싶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점심식사를 아주 맛있게 그리고 넉넉하게 먹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여유가 없었다면 반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두어 잔 시늉만 내다가 일어났을 텐데 소주를 각 1병 마실 정도로 충분한 점심시간이 주어졌고, 게다가 장어구이(양념·소금)가 무한 리필이어서 남보다 더 먹으려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맛도 기름이 없고 담백해서 꽤 많이 먹었는데도 물리지를 않았다. 참, 대단한 장어구이 집을 갔다. 이 식당이름이 대전 둔산동에 있는 ‘무한장어연구소’라는 식당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이렇게 뒤늦게 글로써 하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든다. 유성온천 노천족욕탕에서 무한장어집까지는 약 5km이내 거리여서 20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다음 여행지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이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대전 서구 장안동 산 46에 있다. 이 휴양림에 와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1970년 조성되어 잘 가꾸어진 아름드리 메타쉐케어 숲이 폭넓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면적이 약 81.6만㎡(24.7만 평)에 하루에 6천 명 수용이 가능하다. 원래는 민간인이 조성하여 운영하던 것을 2002년 2월에 대전시에서 인수하여 2006년 4월 25일에 개방하여 오늘에 이른다. 장태산의 고유 수종으로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유실수에다가 소나무와 두충나무를 계획적으로 조림하였고, 미국에서 들여온 메타쉐케어와 독일의 가문비나무 등 외래 수종을 심어 독특한 배열을 마쳤다.
산 정상의 형제바위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낙조를 볼 수가 있으며 장군봉, 행상바위 등 기암괴석이 있어 장태산의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조화를 이룬 휴양림은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기틀을 잡아 크고 작은 호수를 거쳐 쭉쭉 뻗은 메타쉐케어 숲속으로 나있는 길을 산책해 보면 과연 여기가 외국인지 천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 숲속에 푹 빠지게 된다. 이 숲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2018년 여름휴가 때 이 숲을 다녀가셨다고 해서 유명해졌다는 것보다는 원래의 빼어난 자연경관에다가 오래전에 메타쉐케어를 식목을 하여 아름드리나무가 되도록 잘 키워 놓은 조림덕분에 더 운치가 있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숲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휴양림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장태산 휴양림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동백여행사 덕분에 대전에 가서 난생 처음으로 맨발로 황톳길도 걸어 봤고, 점심식사로 아주 맛있는 장어를 그렇게 많이 먹어본 것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다가 장태산 휴양림에 가서 여느 휴양림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름드리 메타쉐케어 나무를 보며 그 숲길을 걸으면서 내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이어서 숲을 가꿔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동백여행사가 있어서 호강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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