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 있던 작은 아이가 휴가를 받아 나와서 안양 비산사거리에 있는 여자수산횟집에서 작은 아이내외를 포함해 우리 내외와 큰아이내외 등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 간 날이 장날이 되어서 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길게 줄을 한 시간 가까이 서 있다가 간신히 자리를 잡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전에는 가끔 와서 식사를 맛있게 하고 갔었는 데 어떡하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한참 가서 오게 되었다. 그래도 오며가며 눈여겨보면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홀 안에는 빈자리 없이 가득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횟집이니 생선이야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식재료를 신선한 것을 사용하는데다가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생선의 재고가 오래 가지 않고 회전이 빨라 늘 양질의 먹거리로 식당을 찾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여자수산의 박 사장님께서 양로원이라든가 고아원 등 불우한 이웃을 위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내놓으시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하는데 횟집을 간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여자수산을 찾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야 술도 한잔씩 하기 때문에 생선회나 해산물 요리가 안주로 적합할 수 있었지만 아직 어린 손자들한테는 별로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는데도 멱국에 밥 말아먹고는 한쪽 구석에서 형제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잘 논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보다는 ‘세월이 화살과 같다’는 말이 요즘은 실제로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중년이 다 된 아들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커가는 손자들을 보면 세월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사람이 나이가 먹었다는 것을 가을이 깊어가면서 계절을 통하여 느끼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는 것을 보면 세월이 빨리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절절하게 느낀다. 작년 연말에는 어머니께서, 이번 10월에는 맏형수가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1년도 안되어 가장 가까운 두 분을 멀리 떠나보내고 나니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늦가을로 접어들어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함에 몸이 으스스해지기도 한다. 아주 추운 겨울보다 요즘 같은 계절이 더 추위를 타게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 때 우리내외, 작은아이내외, 큰아들내외 그리고 큰손자와 작은손자 등 8명의 식솔들이 비산동 여자수산에 가서 머리를 맞대고 식사를 했다는 것은 가족단합 성격을 넘어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저녁식사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격려를 하면서 이처럼 가까이서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것이 가족이지 않겠는가. 이러기 때문에 가족이 필요한 것이다.
“작은아들, 수고했다. 그리고 희윤이, 희겸이 너희들이 있어서 할아버지가 많이 행복하구나. 어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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