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주의 고령신씨 종친송년모임에 참석을 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9. 12. 8. 14:50





요즘 들어 날씨가 계속 추웠는 데다 지난 목요일부터 OB, 재경중학, 주말에는 종친모임까지 송년행사가 연거푸 사흘을 연속적으로 있다 보니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특히 주말에 있은 고령신씨 종친모임이 청주에서 있게 되어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내려갔다가 많은 일을 하고서 늦게 올라왔다.


이번 종친모임에는 장조카가 아침 일찍이 내려와 지난 10월에 형수님과 사별하고 미원의 종암에 혼자 사시는 큰형님을 뵈러 내려왔다가 함께 종친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더 의미가 있다. 원래 조카가 안 왔더라면 청주 육거리에서 형님을 만나 행사 장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갈 예정이었는데 조카가 예정에 없이 내려오는 덕분에 종친들의 송년모임에 아주 편안하게 참석할 수 있었다. 더구나 종친회가 끝나고 조카차를 얻어 타고 미원의 종암에 사시는 형님을 모셔다 드리러 가면서 형수 없이 쓸쓸하게 사시는 시골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아직도 형수님의 숨결이 느껴지고, 형님이 가을걷이를 대충해서인지 형수의 손길이 필요한 곳도 더러 눈에 띄었다. 부부가 같이 살다가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을 수는 없다. 형님이 계신 동네에는 여럿 집이 8,90대의 할머니들만 혼자 살고 있는데 형님이 유일하게 남자로서는 혼자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사시는 안 노인네들은 여럿이라 덜 서글퍼 보이는데 형님은 더 서글퍼 보여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눈발이 날리었다. 혹시 눈길이 되면 대신리에서 이티재를 넘어 초정을 거쳐 서울로 올라 가야되는데 고개를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서둘러 집을 나서려니 가을 늦게 캤다면서 양동이에 담겨진 토란을 반 포대를 싸주셨다. 명절이나 제사 때 탕 끓여서 먹기만 했지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는 잘 몰랐는데 조카가 하는 말이 토란의 껍질을 벗길 때 맨손으로 하지 말고 꼭 장갑을 끼고 하라고 한다. 엄마가 알려준 사실이라면서 맨손으로 껍질을 벗기면 손이 가렵거나 심한 사람은 퉁퉁 붓기까지 한다면서 조심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참, 이런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토란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실을 조카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이렇게 토란을 심어 놓고 한 번 자시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나신 형수님이 그립다.


집에 도착하니 까만 밤이다. 아파트 모퉁이에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 남았고, 연말연시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2019년 기해년을 후회 없이 잘 마감해야 2020년 경자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지 않겠는가 싶다.


‘잘 보내고 잘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