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

「역사기행」과천의 추사박물관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9. 7. 28. 23:25






조선 후기 추사서체를 개발하여 명필가로 알려진 김정희 선생은 1786년 충남 예산군 신암에서 비교적 넉넉한 양반 가정의 맏아들로 태어나서 1856년에 지금의 추사박물관이 있는 과천시 주암동 집(과지초당)에서 별세하였다. 선생은 북학파의 거두인 박제가의 제자로서 조선의 실학과 청의 학풍을 융화시켜 경학, 금석학, 불교학 등 다방면에 걸친 학문체계를 수립한 문인이며 서예가이다. 

 

선생은 1809년 집 나이로 25세에 생원으로 벼슬길에 나서서 1819년 식년문과에 급제한 후 세자시강원설서, 예문관검열을 거쳐 1823년 규장각대교, 암행어사와 의정부의 검상을 지냈다. 1836년(헌종2년)에는 성균관 대사성과 병조참판의 높은 벼슬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의 삶이 평탄하지만 않았다. 1830년 생부 김노경(이조판서)이 윤상도의 옥사에 관련되어 전라도 고금도에 유배되었다가 순조의 배려로 풀려났었는데, 헌종 6년 1840년에 윤상도 옥사사건으로 다시 엮여서 이번에는 아들인 추사 선생이 제주도로 유배되어 무려 9년간 외롭고 긴 유배생활을 하여야했다. 게다가 유배에서 풀린 지 2년 후인 1851년(철종2년)에 헌종의 묘 이전과 관련하여 영의정 권돈인의 예론에 연루되어 함경도 북청으로 다시 귀향 갔다가 2년 후 풀려났다. 말년에 적지 않은 십여 년의 유배생활은 선생을 오직 학문에만 정진하게 하였으며 유배가 풀리고 나서는 아버지 묘가 있는 과천으로 내려와 서화와 선학에만 몰두하다가 71세로 삶을 마쳤다. 

 

추사 선생의 가문에 대하여 잠시 언급해 보면 선생의 증조부(김한신)가 조선 21대 영조임금의 부마(駙馬)이고, 둘째딸 화순옹주의 부군(夫君)이다. 할아버지는 의정부 우참찬을 지낸 김이주이며 아버지는 이조판서를 역임한 김노경이다. 김노경의 장남이었던 김정희는 대사헌인 큰아버지 김노영의 양자가 되었다. 이처럼 추사 선생의 가문은 권문세가였던 경주김씨의 집안이었다.


그러면 추사박물관에 대하여 얘기를 해보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 비는 내렸어도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가 오늘따라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려서 역사기행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신발이 젖어 물이 스며오면 양말이 젖고 바짓가랑이까지 젖어 올라오면 온몸이 다 꿉꿉해질 것 같아 집을 나설 때 아예 등산화 방수되는 것을 신고 나서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전철 4호선을 타고 선바위역에 내려서 1번 출구 쪽으로 이동하다보니 일행 몇 분이 벌써 와 계셨다. 오늘 추사박물관으로 같이 역사기행을 하는 멤버들은 동아쏘시오그룹 임원출신 모임인 우성회 소분과분회의 역사기행팀원들인데 매월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곳을 찾아서 역사여행을 하고 있다. 필자는 매번 참석하지 못하고 여건이 되었을 때 아주 가끔씩 참석을 하는데도 다녀온 뒤 한 번도 괜히 갔다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 늘 갔다 와서는 집행부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여러 모임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서 기다려지고 챙겨지는 모임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갈 때마다 15명 내외가 같이 가고 있는데 이번 역사기행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봤는데도 무려 12명이 참석하여 전통이 있고, 내실 있는 역사모임임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전철 4호선 선바위역 1번출구에서 6번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경마장 옆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양재동 방향으로 10분 가까이 가다보니 '추사박물관' 정거장이 나왔다. 내려서 바로 추사선생이 머물던 '과지초당'이 있고, 뒤쪽으로 '추사박물관'이 있었다.


과지초당(瓜地草堂)은 1824년 추사 선생의 부친이 한성판윤 시절에 지어서 별당으로 이용하다가 돌아가시고 나서 선생이 부친 3년 상을 치룰 때 사용했다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함경도 북청으로 귀향 갔다 와서는 줄곧 4년을 이집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대문으로 들어가면 크지 않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있다는 네모난 연못 뒤로 추사선생의 동상이 보인다.


추사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청계산 기슭에다 아담하게 지어놓았다. 과천시에서 1996년 추사 김정희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추사를 조명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해오다 2006년 추사를 연구하였던 일본의 후지츠카 치카시(藤塚隣:1879~1948)박사가 수집한 추사관련 수많은 자료를 그의 아들 아키나오(藤塚明直:1912~2006)선생이 보관하던 것을 과천시에 기증하면서 탄력을 받았으며 2007년 과지초당과 독우물을 복원한 후 수년 간 여러 번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2009년 설계용역계약을 거쳐 2013년 6월 3일에 개관을 하였다. 2층은 추사의 삶을 시기별로 나누어 각 시기별로 중요한 사건을 설명하고 작품을 전시한 추사의 생애관이고, 1층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주제로 구분하여 관련된 인물들과의 사연과 추사의 각 시기별 주요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지하 1층에는 후지츠카의 기증실로 추사 연구자였던 후지츠카 부자의 학문적 성취와 추사관련 유물의 기증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으로 구분하여 놓았다. 요즘처럼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치루는 삭막한 세상을 살면서 일본에 아키나오 선생처럼 훌륭한 분이 계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고 이런 분들만 계시다면 우리의 이웃으로 얼마나 든든하고 살기가 좋겠는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 내리는 여름날, 과천의 추사박물관을 가서 선생의 글씨와 그림을 보면서도 여러 번의 감탄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사선생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역사의식을 갖고 유창한 해설을 장시간 해주신 해설 선생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하여 본다. 궂은 날씨여서 평소보다 우리 역사기행팀을 위해 더 수고하시고 고생하신 김 회장님에게는 무한한 감사함을, 비가 와서 축축한 날씨였는데 점심을 맛있는 추어탕, 튀김, 무침등에다가 막걸리까지 격식을 갖춘 식사에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은 것 같아서 밥을 사신 이 회장님께 고마움이 커서 송구한 마음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