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에 있는 좌구산은 수년 전 늦가을쯤 마누라와 같이 657m의 정상까지 올라갔다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좌구산휴양림에 와서 하룻밤을 묵으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힐링체험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형제·자매들과 같이 좌구산을 갔다 온 얘기를 해볼까한다.
좌구산 휴양림은 나의 고향인 미원면 종암리에서 5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가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먼저 번에 좌구산 정상을 등산할 때는 아버지 기일에 일찍 내려가서 등산을 했었다. 이번에는 지난 연말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고향 가족 납골당에 모셨는데 형제·자매들과 어머니가 계신 곳을 둘러보고 점심은 미원장터에 있는 민물매운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휴양림 숙소에 입실은 오후 3시가 되어야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고향 뒷동산에 가서 나물을 뜯다가 시간이 되어 다 함께 좌구산휴양림으로 이동하여 짐을 풀었다. 원래는 주말(토요일)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숙소를 예약할 수가 없어서 하루 늦게 일요일에 오게 되었다. 일요일에 오면 다소 썰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묵는 황토방(15인실) 5개동은 모두 찼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다보니 그곳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잠시 증평에 있는 좌구산휴량림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면 증평군에서 충북 도민과 증평군민을 위해 2007년에 좌구산(657m) 자락에 휴양시설을 만들었다. 2007년 휴양림을 개장하여 이용객수가 3,595명이 다녀간 이후 매년 꾸준히 늘어 2013년에 10만 명, 2018년 작년까지 누적방문객 수가 무려 5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나라 중부권의 명실상부한 휴양시설로 자리 잡았다. 좌구산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나는 노약자들이 있을 경우 숙소를 휴양촌으로 정하고 노약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삼기저수지 주변(3km)에 데크길을 만들어 병약자들도 걸으며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고, 또한 6만 평이 넘는 자연생태공원은 아이들과 같이 가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다른 하나는 산속에 있는 휴양림에다 숙소를 정하고 자연경관을 즐기며 산속으로 이어지는 숲속 길과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자작나무치유의 숲을 걷던지 아니면 정상 등산도 해볼 만하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하강레포츠를 권하고 싶고,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은 양산(兩山)의 계곡을 가로질러 세워진 길이가 230m인 '명상의 구름다리'를 걸으며 평소에 느끼지 못한 가슴 서늘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특히 좌구산 천문대는 국내최대 규모인 356㎜ 굴절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러보는 것이 좋다. 그 외 눈썰매장, 산속수영장, 병영체험장, 캠핑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계절에 맞게 아이템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숙소의 예약은 증평군민인 경우 사용할 날짜 37일 전에 예약이 가능하고, 증평군민을 제외한 일반인은 30일 전에 예약할 수가 있다. 하루 최대 숙박인원은 율리 휴양촌이 87명이고, 자연휴양림에서는 251명이 숙박이 가능하다.
우리는 황토방 숙소에 짐을 풀고 둘러볼 데가 여러 곳이 있어도 맑은 공기와 이제 막 새잎이 나와 연녹색으로 뒤덮여 있는 숲속 길을 걷기로 했다. 다 같이 걸었으면 좋지만 걸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형제들만 걷게 되어 가는 이에게는 미안함이, 남는 이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황토방에서 거북이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있어도 오래도록 걷는 오르막이 아니라 다들 걸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80이 넘으신 큰형님께서 올라오시다가 숨이 차다며 되돌아 내려가시고 나머지는 모두 전망대에 올라서서 좌구산 휴양림 전경을 멀리까지 한 눈에 내려다 봤다. 거북이 전망대에서 천문대 방향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 없고 한적한 숲속 길인데다가 발짝을 뗄 때마다 새소리가 장단을 맞춰주니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이보다 더 편안한 도보 길은 없어 보였다. 기분 좋게 산길을 걸어내려 오다보면 우측으로 가면 미원면 화원리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휴양림과 관리소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우리는 휴양림을 지나 관리소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관리소 가기 전에 똑 바로 직진하면 좌구산의 최고의 명물인 '명상구름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는 불과 몇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보지 못했는데 좌구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은 걸어보는 명물이 되었다. 우리 형제도 길이가 230m이고 폭이 2m 되는 구름다리를 걸었다. 걷는 내내 긴장이 되고 약간의 출렁임도 있어서 스릴도 있다. 다만 임산부는 그 다리를 걸어서 건너게 하고 싶진 않다. 60이 넘은 할망구도 무섭다고 눈 감고 손 붙잡고 건너는 것을 보니 그 생각이 먼저 든다. 좌구산 휴량림에서 길 따라 어디를 가든 간 길로 되돌아 나오지 않더라도 새로운 길로 가도 목적지와 다 연결이 된다. 명상구름다리를 건너 거북이 정원으로 올라가지 않고 좌측의 샛길로 빠져나와 흙길을 그리 많이 걷지 않아 우리가 여장을 푼 황토방이 나왔다.
우리가 묵을 황토방은 '금계국'인데 황토방 중에서 가장 산 쪽으로 붙어 있고, 작은 계곡이 있어 물소리도 들린다. 계곡 건너로 이어지는 숲속 길이 여간 호젓한 것이 아니다. 길지 않게 잠시 짬을 내어 산책하기엔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없어 보인다. 모처럼 우리 남매들이 고향 옆인 좌구산 휴양림에 와서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식사는 이렇게 나이 먹어 직접 해 먹는 것보다 모든 끼니를 사먹자고 해서 구내식당에 가서 오리백숙과 쇠고기버섯전골을 시켜 푸짐한 식사를 했는데도 숙소에 와서 돼지 족발과 황태조림을 술 안주하여 밤늦게까지 술잔이 오가며 남매의 정을 나누웠다. 널찍한 마루에 큼직한 방 두 개가 있고 화장실도 두 개여서 10명의 남매들이 하룻밤을 쉬는 데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더구나 벽에서 나오는 황토의 은은한 흙내음이 피로를 풀어주고 코와 목 막힘을 뚫어주어 한결 숨쉬기가 편해졌다. 작년 봄에는 우리 남매들이 대부도를 가서 바다를 보고 남매간의 정을 쌓았는데, 올해는 고향인 좌구산 휴양림에 와서 빽빽한 나무에 피어오른 연록색의 새잎을 보며 남매의 정을 차곡차곡 쌓았다. 우리 남매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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