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더위를 피해 광명동굴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8. 7. 23. 12:19





요즘에 날씨가 너무 덥다. 더운데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도 고역이다 싶어 마누라한테 나가서 뭐든지 한 그릇씩 사먹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식당들이 많이 있는 경인교대 입구 쪽에 가니 주말인데다가 나 같은 생각으로 밥 사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는지 차도 밀리고 식당도 붐볐다.


한 끼 점심을 때우고 나와서 차 시동을 걸 때쯤 집을 나오면서 마누라가 점심 먹고 광명동굴이나 가자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명동굴에 갈 거야?”라고 묻자 “아무래도 동굴이 시원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이런 날씨에 그 보다 더 좋은 피서지는 없을 것 같았다.


사실 광명동굴은 수년 전부터 한 번 간다고 벼르다가 이렇게 갑자기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주말에는 1,2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얼추 다 가서 차가 밀리게 되면 길에서 보통 한두 시간을 허비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 3주차장을 들머리로 잡고 출발하였다. 안양 석수동에서 광명동굴 입구까지는 3km 남짓 되는 거리여서 금세 도착하였다. 3주차장에 차를 파킹해놓고 5분 정도 걷게 되면 코끼리 차타는 데가 나온다. 코끼리 차는 금방금방 자주 있다. 코끼리 차를 타고 나지막한 산 하나를 넘어 동굴 입구까지 가는 시간은 10분 정도 걸렸다. 코끼리 차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멋은 제1, 2주차장에서는 아예 체험할 수 없고, 광명동굴 제 3주차장으로 왔을 때만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봄에는 진달래꽃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엔 고운 아기 단풍이, 겨울에는 흰옷을  입은 소나무들이 철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맞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광명동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광명동굴은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 85번길 142에 있다. 1912년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하여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하다가 1972년 폐광된 후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사용되던 곳을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하여 역사, 문화,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광명시에서 2015년 4월4일 광명동굴을 유료화하여 어른:6,000원, 군인:4,000원, 청소년:3,500원, 어린이:2,000원을 받고 있으며 단체인 경우 300원에서 천원이 할인되고, 광명시민인 경우는 각각 절반 정도의 할인혜택이 적용된다. 참고로 2017년 광명동굴의 유료방문객 수가 약 123만 6천 명이라고 한다. 참으로 놀랄만한 동굴테마파크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폐광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시킴으로써 광명시민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소득을 늘려주고, 또한 입장료는 시 재정을 넉넉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제공된다고 하니 이 보다 더 훌륭한 아이디어는 없다. 이렇게 하기까지는 관계공무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노고에 감사함과 칭찬을 하고 싶다. 

 

동굴의 길이는 7.8km이고, 깊이는 275m라고 한다. 현재 2km까지만 개방한 상태이다. 요새 날씨가 얼마나 더운가.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르 흐르고 턱까지 숨이 찰 정도로 덥다. 이렇게 더운데도 동굴 속에 들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대낄 정도로 복잡한데도 시원해서 좋다. 동굴 가에는 맑은 도랑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고, 좀 더 들어가면 환상적인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좁다란 굴을 지나 얼마를 가면 널따란 광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예술의 전당인가 보다. 여기서는 미디어파사드 쇼와 레이져를 이용한 빛으로 만들어진 천태만상의 그림이 벽과 천장을 수놓기도 한다. 한참을 굴속을 다니다 보면 다소 썰렁함을 느끼기도 하여 긴 소매 옷이라도 하나 챙겨올 걸 그런 마음이 들 때쯤 어항에 살아있는 물고기들을 만나게 된다. 물고기를 보고 지하로 한참을 걸어 내려가게 되면 지하호수도 있다. 여기는 자연적인 동굴이 아니라 자연동굴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석순은 볼 수가 없는 대신에 광산을 인위적으로 꾸며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볼거리가 다양하다. 돌고 돌아 나오다 보면 1912년 일제가 자원약탈을 위해 광산을 개발하여 6.25전쟁과 60년대 산업화를 거쳐 72년 폐광하기까지의 광부들의 애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의 공간도 눈에 띈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 나오면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을 볼 수 있는데 굴속이다 보니 4계절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서 포도주를 숙성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수년 전 그리스의 메타오라 수도원에 가서 발람 수도원을 직접 둘러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수도사들이 포도주를 숙성시키던 오크통을 본 이후 여기서 또 보게 된다. 포도주는 여기서 직접 상품화해서 판매도 했다.


이렇게 한여름 주말에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더위를 피해 광명동굴에 들러서 색다른 문화체험과 동굴탐험을 하는 것이 짬을 이용한 한여름의 테마파크여행이 아닐까 싶다. 수도권에서는 오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아무 때 들러도 무난하지만, 추운 겨울보다는 더운 여름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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