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우성회 회원들과 서울 안산자락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5. 10. 21:07

 

 

 

어젯밤부터 내리던 봄비가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어디를 가거나 행사가 있을 때 날씨만 좋아도 반은 성공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우리의 행사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왜 날씨타령을 하냐면 오늘 우성회 모임에서 봄나들이 겸 정기월례회로 서울 안산자락길을 걷기로 해서다. 날씨가 좋았으면 모처럼의 나들이가 더 빛이 나고, 행사참가자들이 여유를 갖고 주변 경치도 살피며 또한 숲속에서 품어내는 맑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지금 한창인 아카시아의 짙은 꽃향기도 맡으며 걷는 내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로 인해 조금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락길 도보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오는 날 안산을 가서 우산을 받쳐들고 자락길을 걸었다는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지 않을까 싶다.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은 홍제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와 홍제천을 따라 걸어서 인공폭포 앞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면 물방앗간 옆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숨을 가쁘게 쉬어야 올라간다. 5분 남짓 올라가면 여기저기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는 꽃동산이 나오고 꽃동산을 지나 좌측으로 길머리를 잡고 얼마 걷지 않아 큼직한 정자가 나온다. 우리는 여기서 음료수도 마시고, 막걸리도 한 잔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다시 걷기 시작하여 안산방죽을 지나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산자락길을 만나게 된다. 작년에 이 길을 걸을 때는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서 너와집쉼터를 거쳐 안천약수로 해서 봉수대를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우측으로 걸어 내려와 메타쉐케어 숲으로 갈 작정이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앞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너무 내려와서 일부는 쭉쭉 뻗은 메타쉐케어 숲을 보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그래서 되돌아가서 연록색의 잎이 나와 있는 근사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비는 더 오기도 하고 덜 오기도 하며 걷는 동안 계속 내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걷는 것을 방해할 정도의 비는 아니어서 우산을 쓰고 걸으면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었다. 햇볕이 있을 때 걸으면 땀이 나올 텐데 비가 내리다 보니 날씨가 선선해서 걷는 데는 그런대로 좋았다. 무악정 밑으로 나있는 자락길을 걸어 봉원사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 독립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 전체가 아카시아 꽃밭이다. 마을로 내려올 때까지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데도 비가 내려서인지 아카시아꽃향기는 맡아지지 않았다.

 

독립문역으로 가다 보니 멀리서 보았던 붉은 집인 서대문형무소가 나왔다. 지금은 역사관으로 쓰이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 형무소로 잡혀 와서 고문도 당하고 옥살이를 하다가 생을 마감한 애국지사의 얼을 되새겨보고, 귀감을 삼고자 역사관을 찾은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우리는 서대문형무소를 지나 독립문역에서 3호선 전철을 타고 안국동으로 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14명이었는데 식당으로 바로 온 회원들이 있다 보니 20명이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서울 안산, 서울 안산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이 주위에 사는 사람은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우리 인간들을 위해서 휴식을 주고, 삶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안산이 있으니 더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이번에 안산자락길을 걸을 때 봄비가 꽤 내렸는데도 전에 걸을 때처럼 행복하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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