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용우회 회원들과 수리산 숲속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4. 11. 11:40

 

 

봄이 되었다. 바깥을 나가서 여기저기 눈을 돌려보면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 등 우리나라에서 피는 대표적인 봄꽃들이 쉽게 눈에 띤다. 그런데다가 기온은 올라 얼마나 따뜻해졌는가. 여태까지 입었던 두툼한 겨울옷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얇고 가벼운 홑 점퍼를 입어도 썰렁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만큼 좋은 계절이 되었다.

 

작년 10월에 한라산 백록담을 갔다 와서 그달 20일에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을 갔다 온 이래 그 긴 겨울 동안 단 한차례의 등산이나 도보길도 걷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몸무게가 상당히 불어나서 이제 산이라도 다니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던 차에 이렇게 모임에서 수리산숲속길을 가게 되어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같이 했던 OB·후배들과 같이 약 2시간 반 정도 산길을 걸었다.

 

이 길은 오래전부터 심심찮게 걸었던 길이다. 사시사철을 걸어도 한 번도 지루하다거나 싫증나지 않는 길이며, 특히 이보다 약간 계절이 늦은 5월 중하순에 걸어보면 연초록의 상수리와 갈참나무 숲이 우거져 걷는 내내 기분이 좋다. 그런가하면 오르막내리막도 적당히 있어서 한겨울에 걸어 봐도 추위를 느끼지 않게 체온을 유지해준다. 더구나 고갯마루를 올라설 때마다 여러 곳에 벤치와 정자로 된 전망대가 있어 싸간 간식도 먹고 휴식을 취하면서 산 밑으로 펼쳐지는 도시 모습과 산수를 편안하게 조망할 수가 있다. 2전망대를 지나 3전망대 쪽으로 쉬엄쉬엄 쉬면서 가다보면 이 숲속길 중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출렁다리가 나온다. 건너가는 다리가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건너가기 전에 여기 온 목적과 부합된 음악 보튼을 누르게 되면 그에 걸맞는 노래 소리를 들으며 다리를 건널 수 있다는 것이 여기를 찾는 등산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3전망대를 지나 제2만남의 광장 쪽으로 내려가다가 굵직굵직한 5-60년 된 잣나무 숲을 만나는데 한여름에는 긴 안락의자에 누워 삼림욕도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조금 더 하산을 하면 좌측으로 2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10여분 걷다보면 우측으로는 수리산 최경환성지가 있고, 좌측으로 커다란 예수 상과 자그마한 성당이 170여 년 전에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리로 왔지만 수난을 당했던 곳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다시 그곳에서 개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내려오면 좌측으로 돌석도예박물관이 나오는데 이곳은 아이들과 같이 와도 좋고, 또 젊은 친구들이 데이트 코스로 애인과 같이 와서 둘러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본다. 도예박물관에서 우리가 출발한 병목안공원까지는 동행자들과 얘기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우리는 병목안 삼거리에 있는 아주 허름한 흑염소뚝배기집으로 들어가 점심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수리산을 올 때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들러서 두부요리를 먹었는데 가서 먹어보면 맛이 항상 한결같다. 두부전골은 이미 검증을 했고, 염소탕은 이번에 처음 그 집에 가서 먹어 봤는데 다른 일행들도 맛이 출중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맛있다고 하니 이 집으로 오기를 아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은 한참 만에 직장OB들과 같이 수리산에 가서 건강도 챙기고, 맛있는 식사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이만하면 최근 들어 최고의 하루였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지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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