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등친구들과 같이 충남의 남당리와 꽃지해수욕장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7. 3. 21. 02:59

 

어디를 간다고 하면 우선 날씨만 좋아도 반은 성공이라고 한다. 토요일인 그날도 날씨가 우리를 도와줬다. 이른 봄날인데도 기온도 적당해서 나들이하기에 그만이었다.

 

청주 친구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올라오고, 수도권에 사는 우리들은 12명이 타는 승합차를 타고 출발했다. 토요일이라 경부고속도로는 버스전용차선이 있어서 정해진 속도를 다 낼 수 있었지만, 서해안고속도로를 접어드니 가다말다를 반복했다. 충남 수덕사 IC를 빠져나와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는 둥 마는 둥 속 터지게 가던 차들이 당진 대전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제 속도를 다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밀려 왔는데도 크게 늦지 않고 청주 친구들과 만나 관광버스로 옮겨 탈 수 있었다.

 

이 친구들과는 지난 1월 초에 만났던 친구도 있고, 사정이 있어 못 나온 친구들은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다. 60년 친구이다 보니 언제 봐도 반갑고 정겹다. 청주에서 31명이 올라오고, 우리가 서울에서 8명이 내려갔으니 무려 39명이 함께 한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자동창생들도 11명이나 나왔으니 여느 때보다 두 배가 훨씬 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많은 초등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 것은 손으로 꼽을 만큼 몇 안 된다. 지난해 봄에는 청주에서 13명이 올라오고, 서울에 있는 친구가 단 두 명만이 참석하여 그 큰 관광버스에 15명이 타고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39명이라는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덕사 IC에서 남당리까지는 채 한 시간도 안 걸리지만, 버스 좌석을 좌우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서 동물흉내를 하는 것을 보고 알아맞추는 게임을 해서 먼저 정답을 맞춘 팀에게는 상금도 주고, 노래도 하게 하여 놀러온 기분을 한껏 돋웠다. 그렇게 떠들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재미나게 가다보니 어느새 바다가 양쪽으로 보이는 충남 홍성군 남당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여러 친구들과 같이 비릿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멀리 보이는 축항을 한 바퀴 돌고 와서 충남 홍성군 남당리에서의 이맘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명물인 ‘새조개’를 먹었다. 여기 남당리에 있는 ‘재희네집’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잊어먹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서 낯설지 않았다. 음식도 정결하고 해산물도 싱싱해서 봄철이 되어 입맛을 잃은 우리 또래의 친구들한테는 최고의 식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어패류에는 타우린이 풍부하여 몸속의 여러 기관의 기능이 떨어져 제 역할을 못하는 여러 조직에 영향을 줘 각 기관의 기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지방조직의 분해를 도와서 비만을 예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조개 값은 1kg에 5만원이라고 하지만, 한 테이블에 보통 2-3kg를 먹다보니 생각한 것보다 식대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용주친구가 선뜻 백만 원을 내서 식대에 보태 쓰라고 하니 친구 모두가 양껏 먹는 즐거움을 가졌다고 본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근사한 식사를 하고나서 우리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바닷바람을 쐬러 갔다. 꽃지해수욕장은 젊었을 때 나의 두 아들을 데리고 와서 이틀 밤을 자고 갔던 기억이 있고, 10여 년 전 현직에 있을 때 직장 동료와 낚시를 왔다가 밤새 비가 내려서 고생만 했던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도착하니 물이 저만큼 빠져 나가서 이른 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있는 할배·할매바위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같이 따라가 봤다. 바닷물이 나갔다가 들어오는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물결이 일고, 잔잔한 파도가 육지 쪽으로 밀려들어온다. 할배와 할매바위 앞에서 친구들과 같이 기념촬영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찍어주는 사진사가 서툴렀는지 그만 동영상으로 대충 찍어놔서 단체사진으로 남기기가 힘들게 되었다.

 

오는 길에 광천에 있는 ‘지가산딸기랜드’에 들렀다. 지난번에 왔을 때 딸기 맛을 보고 놀랄 정도로 감탄했던 적이 있어 딸기밭하면 지기산딸기랜드가 먼저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의 초등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자랑 좀 하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먹고 갈 딸기는 있는데, 친구들이 사갖고 갈 딸기는 없다고 한다. ‘지기산딸기랜드’는 무농약 수경재배로서 온실 안에서 직접 벌들이 수정을 하며 시간에 맞춰 물도 자동으로 주고 있다. 하우스도 한 두동이 아니고 수십 동인데다가 그 규모가 우리가 가 보지 않고는 쉽게 상상할 수가 없다. 거기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긴 했어도 싱싱하고 맛 좋은 지기산딸기를 충분히 맛은 봤다고 본다. 원래 여기에 오면 딸기 먹는 것은 공짜로 실컷 먹고, 사가는 것만 지불하면 된다. 수도권에 있는 딸기체험농장에 가면 일정한 금액을 내고 딸기 밭에 들어가 조그만 바구니에 몇 개 담지 않아도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기산딸기랜드는 멀기는 멀어도 단체로 갈 때는 꼭 들러서 양질의 딸기 맛도 직접 보고, 어린 손자나 손녀한테 사다가 갖다 주며 자랑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의 딸기 밭은 6월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수도권에서 일부러 가는 것보다 지나는 길이 있을 때 들러 보면 딸기의 진면모를 볼 수 있고, 명품 딸기 맛으로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초등친구들과의 2017년 봄나들이가 끝이 났다. 충남 남당리에 가서 새조개로 맛을 돋워서 건강을 챙기고, 안면도 꽃지해욕장에 가서는 길게 펼쳐져 있는 백사장과 끝없는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눈요기를 했다. 또한 광천에 가서는 명품딸기로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했다. 이렇게 내가 철이 없던 어린 시절부터 나이가 먹은 지금까지 함께한 나의 초등친구들과 길지 않은 봄날의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나의 소중한 초등친구들이여, 건강 잘 챙기시게나. 그래야 오래도록 친구하지 않겠나! 또 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