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주에 화조원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8. 12. 23:27

 

저녁나절이 다 되어 갈 무렵 양산에 있는 부산대병원을 나와 경주로 이동을 했다. 여태까지 수년간 여름휴가는 잊고 살았는데 막내제수씨의 병문안 왔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머리를 들고 갈 때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젊었을 때부터 수도 없이 다녔던 경주가 가장 문문했는지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데도 그리로 발길을 잡았다.

 

첫날은 경주 보문단지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화조원으로 들어가서 새와 식물을 구경했다. 화조원은 개장한지가 2-3년 되었어도 자주 경주를 왔었는데도 좀처럼 들를 기회가 없었다. 입구에서 우측으로 있는 것이 각종 새들이 모여 있는 조류공원이고, 좌측으로 있는 것이 식물원이다. 식물원은 경주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고, 조류공원은 시로부터 위임 받은 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입장료는 두 곳을 다 둘러보려면 18,000원이고 한 쪽만을 보려면 9,000원 만 내면 된다. 우리가 갈 때는 날씨가 워낙 더워서 다니기가 쉽지 않았는데 봄이나 가을에 와서 아이들과 같이 천천히 돌아보면 조류공원에서는 새뿐만 아니라 새끼돼지, 토끼, 염소 등 동물들도 볼 수 있어 좋다. 또한 식물원에서는 여러 종류의 꽃은 물론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가 있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문단지 들어가는 입구의 소나무 산책길을 걷다보면 보문호수 댐 방조제 위로 조명시설을 해 놓아서 야간에는 볼만하다. 특히 둑방으로 작은 기둥들이 쭉 세워져 있는데 기둥마다 웃는 얼굴의 여러 아이콘이 있다. 이것이 신라인의 미소이다. 호수가로 나있는 산책길을 걸어 선덕여왕의 화백회의 모형장 가까이 갔을 때 음악소리가 들려 부지런히 걸어 가보니 야외음악당에는 오페라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고, 관람석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경주의 여름밤을 달구었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도 호숫가라서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음악과 가수의 노래 소리에 다들 흥이 나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호수 산책길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 길을 걷고 있고, 댐방조제 쪽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보문호수의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 길은 이번뿐만 아니라 여러 번을 걸었지만 오늘처럼 음악회를 하는 것이나 불꽃놀이를 하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지 여느 때는 보지 못했던 경주 보문에서의 볼거리를 더해 주었다.

 

여행은 일부러 마음먹고 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짬이 날 때 하게 되면 다소나마 무거운 마음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준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하여 느끼게 되었다.

 

 

 

 

 

 

 

 

 

 

 

 


499